1991→1994→2023. 염갈량의 LG, 기적의 KT 꺾고 29년만에 V3. 진짜 기적 완성. 오지환 롤렉스 MVP[KS5 잠실 현장 리뷰]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991년, 1994년, 그리고 2023년. LG 트윈스가 드디어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6대2로 승리하며 1패뒤 4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3번째 통합우승.
올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도 자신의 감독 데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드디어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나왔고 아와모리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고 샀던 롤렉스 시계는 그동안 우승을 하지 못해 금고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2차전서 추격의 솔로포, 3차전 9회초 2사 1,2루의 마지막 순간 역전 스리런포, 4차전에선 쐐기 스리런포를 날리며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 단일 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주장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MVP가 되며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차게 됐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투표수 93표 중 86%인 80표를 얻어 박동원(7표) 박해민(4표) 유영찬 문보경(이상 1표씩)을 제치고 영예로운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우승하면 함께 마시자고 사놓았던 일본 오키나와 전통주인 아와모리주는 그사이 증발돼 버렸다. 이번에 우승을 하면서 LG는 급히 오키나와로 직원을 보내 아와모리주를 공수해 왔다.
5차전서 LG는 선발 케이시 켈리가 5이닝 1실점으로 막아 4승째의 승리투수가 됐고, 이어 유영찬과 함덕주에 이어 마무리 고우석이 우승의 마지막을 끝냈다. 5차전의 히어로는 박해민. 3회말 결승 2타점 안타를 때리고 4회초엔 실점 위기에서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KT는 선발 야구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선발 고영표가 5회를 버티지 못하고, 타선이 끝내 힘에 부치면서 LG에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시즌 중에 꼴찌까지 떨어졌음에도 2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 2연패 뒤 3연승을 달리며 한국시리즈에 오른 기적의 레이스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1패뒤 3연승을 한 LG는 5차전에도 여전히 같은 라인업을 내세웠다.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가 그대로 나왔다. KT는 4차전서 타격후 1루로 뛰다가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일찍 교체됐던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의 출전여부가 궁금했는데 알포드는 정상 출전하고 조용호 대신 정준영이 선발로 나왔다. 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알포드(좌익수)-박경수(2루수)-정준영(우익수)으로 라인업을 구성한 것. 땅볼이 많아 수비 강화를 위해 2루수에 박경수를 내세운 것은 평소와 다름 없었지만 조용호가 아닌 고졸 신인인 정준영이 나온 게 의외였다. 이강철 감독은 "정준영이 잘하고 있어서 선발로 냈다"라고 밝혔다. 정준영은 3,4차전에 교체로 출전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조용호는 4경기서 타율 2할3푼1리(13타수 3안타)여서 타격 강화차원에서 정준영을 선발로 기용한 것으로 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우승에 1승만을 남겼음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경기전 "상대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서 "쉬운 경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4차전서 대승을 하면서 사실상 LG로 시리즈가 기울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염 감독은 "4차전은 한국시리즈에서 특별한 경기였다"며 "우리가 점수차를 벌리면서 상대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점수차가)벌어진 경기였다"라고 했다. 당시 LG는 6회에 5-1로 앞서며 승부를 빠르게 결정지었다. KT는 이후 투수쪽에 추격조를 투입했고, 야수들도 주전들을 교체하면서 빠르게 5차전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염 감독은 "오늘부터 7차전까지는 또 1,2차전과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이 5차전이 아니라 1차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감독이 이기고 싶다고 절대 이기는게 야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선발 케이시 켈리가 상대 선발 고영표와 선발 싸움을 해주길 바랐다. 염 감독은 "오늘은 불펜보다 일단 켈리가 얼마나 긴 이닝을 잘 막아주느냐, 선발 야구에서 얼마나 대등하게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면서 "대등하게 가면 후반에 1점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접전을 예상했다.
이강철 감독은 총력전이다. 6차전 선발인 윌리엄 쿠에바스도 불펜 대기한다. 이 감독은 "마지막일 수도 있기 때문에 쿠에바스도 나올 수 있다. 마지막에 1∼2이닝을 던질 수도 있다"라면서 "베스트는 쿠에바스가 나오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이기고 싶다"라고 밝혔다.
1회초 LG 수비가 흔들렸다. 1사후 2번 김상수의 우전안타 때 우익수 홍창기가 타구를 뒤로 빠뜨렸다. 1사 2루. 3번 황재균의 헛스윙 삼진으로 2사 2루가 됐는데 4번 박병호 타석 때 원바운드 볼이 박동원의 블로킹을 맞고 옆으로 튀어 그사이 김상수가 3루까지 갔다. 박병호의 볼넷으로 1,3루의 선취 득점 찬스가 이어졌으나 장성우가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LG도 1회말 기회를 날렸다. 선두 홍창기가 1루수 앞 땅볼을 쳤는데 1루수 박병호가 베이스 커버를 온 투수 고영표에게 던진 공이 뒤로 빠지며 세이프. 하지만 2번 박해민 타석 때 홍창기가 2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장성우가 피치아웃으로 2루에 던져 아웃. 이어 박해민과 김현수가 중견수 플라이와 2루수앞 땅볼로 물러나며 쉽게 1회가 끝났다.
LG가 2회말에는 더 좋은 확실한 선취점 기회를 잡았다. 선두 4번 오스틴의 우전안타에 이어 6번 문보경의 우중간 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었다. 7번 박동원은 고영표의 체인지업과 싸웠다. 고영표는 박동원과의 승부에서 모두 체인지업만 던졌고, 박동원은 이를 공략하는데 애를 먹었다. 2B2S에서 7구째 박동원이 제대로 때렸다. 히트앤드런 작전이 걸려 1루주자 분보경이 2루로 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2루수 박경수가 빠르게 공을 잡아 유격수 김상수에게 토스했고 김상수가 1루로 연결해 병살이 완성됐다.
3회말 결국 선취점을 뽑았다. 선두 8번 문성주의 중견수앞 안타에 이어 9번 신민재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고영표가 희생번트를 대려는 신민재에게 어렵게 승부하려고 몸쪽으로 던진 공이 모두 볼이 된 것. 이어 홍창기가 투수 희생번트로 1사 2,3루의 찬스를 만든 LG는 2번 박해민이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쳐 우익선상 2루타를 쳤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2-0. 이어 박해민이 김현수의 초구에 3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김현수가 친 타구가 1루수 박병호의 미트를 맞고 튀는 바람에 박해민까지 홈에 들어와 3-0이 됐다. 이미 잠실은 LG의 우승 분위기.
이미 염경엽 감독이 내년시즌 함께 하고싶다는 뜻을 밝혔던 켈리는 에이스다운 피칭을 이어나갔다. 2회초 2사후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정준영을 1루수앞 땅볼로 잡았고, 3회초에도 2사 후 황재균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박병호를 1루수 플라이로 끝냈다. 3-0의 리드를 안은 4회초엔 문상철에게 안타, 박경수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1,2루를 허용했으나 9번 대타 김민혁의 안타성 타구를 박해민이 다이빙 캐치의 슈퍼 플레이로 잡아냈다.
5회초 KT가 찬스를 잡았다. 선두 배정대와 2번 김상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LG 불펜에선 유영찬이 몸이 풀기 시작했다. 3번 황재균의 3루수앞 땅볼 때 1루주자만 2루에서 포스아웃되며 1사 1,3루. 4번 박병호와 켈리의 대결이 중요했다. 박병호가 2S에서 3구째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5번 장성우 타석 때 켈리의 공이 원바운드 된 뒤 옆으로 튀었다. 그사이 3루주자 배정대가 홈에 들어와 득점. 박동원이 홈에 온 투수 켈리에게 토스한 공이 너무 높아 3루 더그아웃쪽으로 가며 1루주자 황재균이 3루까지 가며 추가 득점 기회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장성우가 잘친 타구가 박해민 정면으로 날아가며 3아웃.
켈리는 5이닝 동안 87개를 던지며 5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첫 승리투수가 됐다.
5회말 LG가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 홍창기의 투수 쪽 내야안타에 이어 박해민의 우전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선발 고영표의 피칭은 여기까지였다. KT는 투수를 이상동으로 교체.
1루주자 박해민이 이상동의 초구에 2루 도루를 성공시켜 무사 2,3루를 만들었고 김현수의 좌전안타로 2점을 얻어 5-1로 달아났다. 플레이오프 3차전, 한국시리즈 1차전 모두 승리투수가 됐었던 고영표는 이번엔 4이닝 7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6회초 LG는 승리의 불펜진을 가동했다. 유영찬이 두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이번에도 KT 타자들은 유영찬 공략에 실패. 선두 문상철이 146㎞의 높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알포드는 3개 연속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했다. 박경수는 3루수앞 땅볼로 삼자범퇴.
LG는 6회말 문보경의 우월 2루타에 박동원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서 문성주의 우전안타로 1점을 추가해 6-1을 만들며 또 한발 도망갔다. KT는 7회초 선두 조용호가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타로 3루까지 진출한 뒤, 3번 황재균 타석 때 유영찬의 폭투로 1점을 얻어 다시 4점차.
KT는 7회말 손동현을 올렸다. 4점차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LG 역시 방심하지 않았다. 선두 홍창기가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2번 박해민이 희생번트로 홍창기를 2루까지 보내며 1점을 뽑기 위한 작전을 이어나갔다. 김현수의 중견수 플라이때 홍창기는 3루까지. 4번 오스틴이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혀 추가 득점엔 실패.
LG는 유영찬 이후 함덕주가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고, KT는 8회말엔 박영현이 올라와 LG 타선을 끝까지 막았다.
그리고 6-2로 4점차 앞선 9회초 LG 마무리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박경수를 3루수 파울 플라이, 9번 조용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고우석은 1번 배정대를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잡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LG 선수들이 모두 마운드에 모여 특유의 원팀 세리머니로 우승을 기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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