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9년만에 우승...구본무 회장이 내놓은 ‘술과 시계’도 봉인해제
프로야구 LG가 13일 KT를 6대2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오르며 장기간 보관된 축하주와 고급 시계도 주인을 찾으면서 ‘봉인 해제’됐다.
1990년과 1994년에 이어 세 번째로 KS 패권을 차지한 LG 야구단은 “세 번째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는 분위기다.
이른바 ‘신바람 야구’로 1990년대에 강자로 군림한 LG는 1994년 축승회에서 당시 시즌 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격려차 방문한 구본무 전 회장이 마련한 아와모리 소주를 마시며 축배를 들었다. 이듬해에 영광 재현을 다짐하며 항아리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세 통을 공수해왔다.
그리고 구 전 회장이 1997년 구단 친목 행사에서 “우승을 하면 최우수선수(MVP)에게 (롤렉스) 고급 손목시계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계는 이젠 단종된 금색 데이데이트(day-date) 모델로 구 전 회장이 일본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입가가 44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LG가 1994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구 전 회장이 2018년에 작고하며 이들은 LG 사무실 곳곳에 간직된 채 ‘전설 속 물건’이 됐다. 한때 증류주인 소주는 전부 자연 증발됐고, 시계는 고장났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마침내 술과 시계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1992년 입단해 2001년까지 LG에서만 투수로 뛴 차명석(54) LG 단장은 본지 통화에서 “몇 년 전에 세 통에 있던 소주를 한 통에 합쳤다. 현재 4분의 3 정도 남아 있다. 사실 마실 수 있는진 잘 모르겠다. 개봉하면 (술 잘 마시는) 임찬규에게 시음하게 할 계획”이라며 “부족할 것 같아 KS 전에 두 통을 더 사왔다”고 했다.
그는 시계에 대해선 “최근 롤렉스 매장을 찾아 다시 광택을 내고, 내부 청소를 했다”며 “뚜껑을 여는데만 수백만원이 들었고, 부품도 갈아야 한다. 부품 교체는 주인에게 맡길 예정이다. 작동엔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KS에서 타율 0.316 3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한 주장 오지환(33)이 기자단 투표 93표 중 80표를 얻어 MVP로 선정되며 손목에 시계를 차게 됐다. 오지환은 “(팬 분들이) 정말 오래 기다리셨다. 너무 기쁘고, 많이 울컥했다. 팀 선배들이 생각난다”며 “시계는 구본무 회장님 유품이나 마찬가지다. 제가 차고 다니기엔 부담스럽다. 사료실 이런 곳에 놓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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