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대상에서 가을영웅이 된 LG 켈리…헌신으로 만든 KS 우승
3일 휴식 후 등판 요청에 'OK'…LG 최초 KS 우승 반지 낀 외인투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4)는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2019년 LG에 합류한 켈리는 2020년 5월 16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지난해 8월 5일 키움전 이전까지 KBO리그 최고 기록인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펼치는 등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그러나 4시즌 동안 헌신한 켈리는 올 시즌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4년 동안 KBO리그에서 뛴 켈리는 상대 팀 타자들에게 투구 레퍼토리를 완벽하게 분석 당했고, 구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세월의 흔적이었다.
켈리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졌지만, 꾸준히 실점했다.
그는 올해 7월까지 규정 이닝을 채운 모든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저조한 평균자책점(4.53)을 기록하기도 했다.
LG 내부에선 '퇴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LG는 한국시리즈(KS)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애덤 플럿코와 함께 '원투 펀치'로 활약할 만한 강력한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고, 차명석 LG 단장은 새 외국인 투수를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LG는 마땅한 투수를 찾지 못했다. 결국 LG는 켈리와 함께 가기로 했다.
LG의 판단은 '신의 한 수'가 됐다. LG는 KS를 앞두고 에이스 플럿코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 전력에 큰 타격을 받았다.
2선발 최원태, 3선발 임찬규의 무게감은 kt wiz보다 떨어졌다. 켈리의 활약이 절실했다.
켈리는 정규시즌이 끝나자 LG의 KS 우승을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잘 던지지 않던 포크볼을 다듬었다.
무엇이라도 해봐야 한다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KS 1선발로 낙점받은 켈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지난 7일 kt와 KS 1차전에서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막으며 제 몫을 했다.
경기는 패했지만, 켈리의 호투는 LG에 큰 위안이 됐다.
켈리의 헌신은 계속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KS 3차전을 앞두고 켈리에게 KS 4차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시 KS 2승 1패로 앞서있던 LG는 KS 3차전에서 패하면 시리즈 분위기가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해 3일 휴식한 켈리를 KS 4차전에 투입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만 34세의 켈리는 흔쾌히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LG는 KS 3차전에서 승리해 켈리의 4차전 투입은 없던 일이 됐지만, 염경엽 감독은 켈리의 헌신에 크게 감동했다.
켈리는 13일 열린 KS 5차전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는 1회 수비 실책 등으로 2사 1, 3루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고 장성우를 내야 땅볼로 막아냈다.
2회와 3회엔 각각 2사 1루 위기에서 온 힘을 더해 후속 타선을 막았다.
4회 2사 1, 2루 위기에선 대타 김민혁의 어려운 타구를 중견수 박해민이 다이빙 캐치로 막아내자 껑충껑충 뛰며 기뻐했다.
백미는 3-0으로 앞선 5회였다. 체력이 떨어진 켈리는 배정대와 김상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켈리는 박병호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며 최대 위기를 벗어났다. 3구째 헛스윙을 유도한 낙차 큰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장성우 타석 땐 폭투와 포수 박동원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실점했으나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장성우를 뜬공으로 막으며 포효했다.
켈리는 5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kt 타선을 막아냈고, LG는 6-2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했다.
퇴출 위기를 이겨내고 헌신과 희생으로 팀 승리를 이끈 켈리는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과 함께 KS 우승 반지를 낀 첫 LG 외국인 선수가 됐다.
LG는 1994년 KS에서 우승한 뒤 29년 만에 KS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994년 우승 당시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었다.
LG는 켈리와 재계약 방침을 정했다. 켈리는 내년에도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설 예정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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