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못하면 은퇴"…독하게 돌아온 염경엽 감독, 무관의 한 풀다[LG 우승]
다양한 카드로 시즌 초반 위기 딛고 개인 첫 통합 우승 달성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을 해내겠다. LG 트윈스가 내 마지막 팀이다. 이곳에서 또 실패하면 감독 은퇴를 할 것이다."
철저한 분석과 세밀한 야구로 지도력을 인정받고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던 염경엽(53) LG 감독이 '3번째 팀'에서 무관의 한을 풀었다. 'LG 29년 만의 우승'이라는 특명을 받고 3시즌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염 감독이 이끄는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를 6-2로 이겼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1차전 패배 후 4연승을 거두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1990년과 1994년에 이어 29년 만에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했다.
염 감독은 백인천, 이광환 전 감독에 이어 3번째 LG 우승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3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지휘봉을 잡아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치렀던 그는 10년 만에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LG 구단과 팬들의 오랜 숙원이면서 동시에 염 감독 자신도 넘어보지 못한 큰 산이었다.
현역 시절 현대 유니콘스 왕조의 일원이었던 염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와 프런트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명석한 두뇌와 과감한 결단력으로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을 발휘했고, 이를 지켜본 팬들은 중국 삼국지 최고의 군사인 제갈량의 이름을 따서 그를 '염갈량'이라 불렀다.
염 감독은 선수와 프런트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2018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단장으로 우승의 밑거름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만년 하위권이던 넥센을 이끌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지만 정상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2014년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랐으나 당시 최강 팀이던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승4패로 밀렸다.
2019년 SK 단장에서 감독으로 보직을 바꿔 대권에 도전했으나 정규시즌 막바지 뒷심 부족을 드러내더니 마지막 날에 두산 베어스에 1위 자리를 뺏겼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에 3연패를 당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이듬해에는 성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자진 사퇴했다.
야인으로 지내던 염 감독은 현장 복귀를 꿈꾸며 한국야구위원회(KBO) 아카데미 디렉터, 야구대표팀 기술위원장, 해설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내공을 길렀다. 이 기간 자신이 겪은 처절한 실패를 되돌아본 염 감독은 야구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우승에 실패한' 류지현 전 감독의 후임으로 LG 사령탑이 된 염 감독은 "내 목표는 우승 하나다. 그것이 마지막 꿈"이라며 "2년 안에 승부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는 정규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를 받았지만 초반 선발진이 흔들리면서 고전했다. 염 감독은 임찬규, 이정용을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꿔 문제를 해결했다. 7월 말에는 출혈을 감수하고 키움에서 최원태를 영입해 선발진의 경쟁력을 높였다.
지난해 세이브왕 고우석과 홀드왕 정우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염 감독은 김진성, 함덕주,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 등을 중심으로 견고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이들은 고우석과 정우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도 공백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해줬다.
LG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럼에도 염 감독은 골반 타박상 후 회복이 더딘 '11승 투수' 아담 플럿코를 정리하는 강수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팀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다.
염 감독은 선발보다 불펜, 그리고 타선에 무게를 둬 한국시리즈 우승 전략을 짰다. 이는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하게 적중했다. LG는 사실상 우승의 향방을 가른 2·3차전에서 고우석이 흔들렸지만 벌떼 야구와 폭발력 있는 타선을 앞세워 짜릿한 뒤집기를 펼쳤다.
염 감독은 리드오프 홍창기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1차전에서 타자들이 엇박자를 보였음에도 굳건한 믿음을 보이며 타순을 바꾸지 않았다.
그 뚝심에 보답하듯 오지환, 오스틴 딘, 박동원, 김현수, 홍창기 등 LG 타자들은 2차전부터 서서히 깨어나더니 용광로처럼 뜨거운 공격력을 과시, KT의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독한 마음가짐으로 현장에 복귀한 염갈량. LG 팬들의 묵은 한을 씻어내며 자신도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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