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뛴다’ ‘헛스윙해도 풀스윙’ LG 29년 한풀이 해답은 불굴의 과감함이었다[KS]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LG가 29년 만의 왕좌에 올랐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한국시리즈(KS)에서 6-2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23년의 왕이 됐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했지만, 정상 무대는 오르지도 못했던 LG가 마침내 많은 이들의 염원을 이뤘다. 선수와 프런트, 그리고 KS 무대를 유광 점퍼로 도배시켜준 팬들의 한이 시원하게 풀렸다.
캡틴 오지환의 과감한 한마디가 현실이 됐다. 4차전 승리 후 “무조건 끝낼 생각이다. 다시 긴장하면서 다잡고 있다. 6~7차전까지 갈 일은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겠다. 기세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우리가 우위”라는 다짐이 마지막 남은 1승을 채웠다.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가 5이닝 1실점으로 4이닝 3실점한 고영표에게 우위를 점했다. 박해민이 3회말 2타점 적시타와 3루 도루에 이은 득점. 4회초 상대 공격 흐름을 끊어내는 다이빙 캐치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5회말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잡았고 유영찬, 함덕주, 고우석이 나란히 등판해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부담은 특권, 그 너머에 정상이 있다
미국 여자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79)의 명언이 있다. “부담은 특권(Pressure is a privilege)”이라는 말이다. 테니스 슈퍼스타였던 그는 총 39차례 그랜드 슬램 우승, 그리고 윔블던에서만 20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자신이 남긴 명언처럼 킹은 극도의 부담과 긴장을 즐기면서 극복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기대를 부담이 아닌 특권이라고 외치며 정상에 올랐다. 이후 그의 명언은 종목을 불문하고 슈퍼스타들의 단골 멘트가 됐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의 사이영상 투수 맥스 슈어저도 우승 청부사로서 팀을 옮길 때마다 킹의 명언을 되새기곤 한다. 자신을 향한 기대가 클수록 그 기대를 현실로 이뤘을 때 얻는 것도 크다고 다짐했다. 부담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때 이를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LG 역시, 부담에 정면으로 맞선 결과다. 작년까지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빅스테이지만 서면 부담에 사로잡혀 움츠러들었던 선수들이 올해는 당당히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것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 후에 오히려 더 과감했다. 헛스윙 후에도 풀스윙, 도루 실패 후 다시 도루를 시도했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를 치르며 수없이 목격했던 모습이다. 관건은 정규시즌 모습을 KS에서 어떻게 다시 끌어내느냐 였는데 사령탑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마음이 하나로 통했다. KS에 앞서 염경엽 감독은 “우리 모두 정말 절실하다. 이 절실함이 과감함과 당당함으로 이어진다면 충분히 우리가 원하는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챔피언으로 향한 길
시작부터 나오지는 못했다. KS 1차전 주자들은 스타트를 주저했고 타자들은 KT 불펜 투수들의 정면 승부에 타이밍이 늦었다. 하지만 2차전부터 180도 달라졌다. 캡틴 오지환의 “안타도 중요하지만 장타가 필요하다”는 한마디가 선수단 전체에 불을 붙였다. 오지환이 6회 직접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 올렸고 8회에는 박동원이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헛스윙 후에도 풀스윙, 초구라도 눈에 들어오면 과감히 배트를 돌려 드라마를 만들었다.
2차전 홈런 2개는 대폭발 시발점이 됐다. 역사에 남을 KS 3차전. LG는 홈런 3개로 8-7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3회 오스틴 딘의 스리런포를 시작으로 6회 박동원의 투런포, 그리고 9회 오지환의 역전 결승 스리런포로 수원을 덮은 유광점퍼 물결에 눈물을 더했다.
4차전은 김현수 차례. 1회 선제 투런포를 터뜨렸고 이후 문보경, 오지환이 폭발했다. 4차전 15-4 완승 후 결승 홈런의 주인공 김현수는 “2차전 지환이가 장타를 얘기한 후 홈런을 쳤다. 아무래도 그때 홈런 하나가 나오면서 선수들이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장타도 나오는 것 같다”며 “어릴 때는 KS에서 과감하지 못했다. 이제는 과감하면서도 침착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루플레이도 그랬다. 도루 실패와 견제사가 나와도 뛰었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굴의 과감함이 KS 무대에서도 선수단 전체에 녹아들었다. 상대 투수 몸쪽 공에 바싹 붙으며 몸에 맞는 볼을 바라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한 타이밍 빠르게 몸쪽을 때리는 스윙으로 대처했다. 수동적인 방법이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 난관을 뚫었다. 3차전 오스틴의 좌측 파울폴을 강타한 홈런이 그랬다.
◇핀스트라이프 왕조의 개막
염 감독은 1차전부터 5차전까지 초지일관으로 밀고 나갔다. 상대 선발 투수 유형과 관계없이 똑같은 라인업을 펼쳤다. 충분히 절실했고 그 절실함이 부담을 넘어 과감함과 당당함이 됐다. 감독부터 선발 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1회에도 과감하게 불펜을 가동했다.
결정적인 순간 부담에 짓눌려 다리가 떨어지지 않고 배트가 나오지 않았던, 그리고 투수 교체가 늦었던 LG와는 이제 이별이다. 부담 너머에 자리한 특권을 누릴 자격을 얻었다. 29년 긴 시간 동안 수없이 흘린 아픔의 눈물이 비로소 환희의 눈물이 됐다.
유광점퍼가 당당하게 올해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우승 경험을 얻었다. 주축 선수 대다수가 전성기를 누릴 시기다. 젊은 선수들은 매년 성장한다. 염 감독은 “장기집권”을 다짐했다. 핀 스트라이프 왕조, 새로운 황금기의 시작점이 찍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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