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거점국립 쏠림’… “결국 대학 구조조정 사업” 우려 [글로컬大 10곳 확정]

김유나 2023. 11. 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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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대학 중 사립대 3곳 그쳐
통합안 제출 대학 합격률 높아
정부선 “통·폐합 등 요소 미고려”
교육부, 22일까지 이의신청 접수
11월 말 결과 최종 확정 전망
비수도권 대학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윤석열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이 13일 뚜껑을 열었다. 교육부는 ‘대학가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혁신계획을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학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지만, 당초 전망대로 국립대, 통합안 제출 대학의 합격률이 높아 결국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대학 간 통·폐합 등의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립대·통합 대학 합격률 높아

글로컬대학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부문 교육개혁 과제로 내걸었던 대표 사업이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 등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커지자 이 부총리는 올해 초 ‘정부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혁신계획을 제시한 대학 30곳에 1000억원씩 지원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대학가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고조됐다. 30곳에 지원을 몰아준다는 말은 곧 그 외 대학은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실제 이 부총리는 “다 같이 살리려다 모두 다 죽는다”며 “살릴 만한 대학만 살려주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대학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 5월 마감된 예비지정 접수에는 신청 가능 대학(166곳)의 65%인 108곳이 도전장을 냈다. 특히 사립 일반대의 경우 지원 가능 대학 66곳 중 64곳(97%)이 뛰어들었다. 예비지정에서 국립대는 공동신청한 5곳 중 4곳이, 단독신청한 16곳 중 4곳이 통과했으나 사립대는 공동신청한 곳은 모두 떨어지고, 단독신청은 54곳 중 7곳만 통과하면서 결국 국립대로 지원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본지정에서도 국립대 우세 현상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최종 선정된 10곳 중 사립대는 3곳뿐이다. 이밖에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예비지정 대학은 모두 본지정되는 등 통합이 글로컬대학 합격의 열쇠 중 하나로 꼽혔다. 글로컬대학 사업이 결국 대학 구조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정부는 평가 시 설립유형이나 통합 여부를 고려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통합 추진 국립대가 많이 선정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평가위원들은 통합 자체에 점수를 준 것이 아니고, 통합이 어려운 과제란 점에 주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부산대·부산교대는 초·중·고·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새로운 종합 교원양성대학을 구축하겠다는 점이, 강원대·강릉원주대는 흩어진 캠퍼스에서 공동 원격교육을 한다는 계획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통합안을 낸 대학의 경우 향후 통합이 잘 안 되면 사업비 환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부 대학에서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기는 했다”면서도 “대학 통합 과정에서 구성원끼리 협의하면서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글로컬대학이 구조조정 사업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은 강원·경북 각 2곳, 경남·충북·전북·전남·울산·부산 각 1곳이다. 예비지정 당시 강원·경북은 3곳, 경남은 2곳이 통과해 지역 쏠림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들 지역에서 1곳씩 줄면서 지역 편차는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체적 실행 가능성’에 중점
본지정 평가는 서류심사와 대면심사로 진행됐다. 각 대학은 예비지정 때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구현하기 위한 계획이 담긴 150쪽 분량의 실행계획서를 제출했고, 교육·산업·연구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대학별로 3시간에 걸친 대면심사를 통해 대학실행계획(70점)과 지자체의 지원·투자계획(30점)을 심사했다. 예비지정 때 낸 혁신계획을 이른 시일 안에 명확하게 추진할 수 있는지 등의 현실성, 구체성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비지정 됐다는 것 자체가 혁신성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어서 10곳 선정 시에는 ‘빠르게, 문제없이, 임팩트 있게’ 시작할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학내 구성원들의 협조·이해도 합격의 중요 요소로 꼽혔다. 평가위원회는 각 대학이 낸 교직원·재학생 명단 80여명 중 무작위로 4명을 뽑아 대학 혁신 방향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지자체의 투자 규모 및 계획이 적절한지 등도 평가됐다.

교육부는 오는 22일까지 이의신청 접수를 받고, 이달 말 결과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에는 4월 예비지정, 7월 본지정을 통해 10곳을 선정하는 등 향후 20곳을 더 선정한다. 올해 예비지정을 통과했으나 본지정에서 탈락한 대학에 대해서는 내년에 자동으로 본지정 평가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대학이 혁신 동력을 잃지 않도록 내년에 한해 예비지정 대학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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