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이 쏘아서 열고 박해민이 날아서 끝냈다..완벽했던 LG의 FA 선택
[잠실=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그야말로 완벽한 영입이었다.
LG 트윈스는 11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LG는 6-2 승리를 거뒀고 시리즈를 4승 1패로 마치며 1994년 이후 29년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LG는 1차전에서 패배를 당했지만 2-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 시작과 끝에는 '모범 FA' 박동원과 박해민이 있었다.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LG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한국시리즈 직행 팀들이 대개 그렇듯 LG 역시 1차전에는 '실전 감각'이 발목을 잡았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 팀 득점권 타율 2위의 정교하고 응집력이 뛰어난 타선을 가진 LG였지만 1차전에서는 충분히 많은 주자를 출루시키고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며 패했다.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0.1이닝만에 4실점으로 무너진 LG는 벼랑 끝으로 향하는 듯했다. 강력한 전력을 가진 LG의 약점은 바로 부족한 경험. 경험이 부족한 팀이 처음 오른 높은 무대에서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패하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LG에는 우승을 위해 영입한 '특급 FA'들이 있었다. 지난 겨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유강남이 롯데 자이언츠로 떠난 뒤 4년 65억 원 계약으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이 먼저 빛났다.
박동원은 팀이 3-4로 추격한 2차전 8회말 KT가 자랑하는 특급 불펜 박영현을 상대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 결승 2점포를 쏘아올렸다. 박동원의 한 방은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과 1차전 승리로 오를대로 오른 KT의 상승세를 단숨에 꺾는 카운터펀치였다. 특히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KT의 어린 필승조를 무너뜨린 홈런으로 그 의미가 더 컸다.
박동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차전에서도 경기 중반 팀에 역전을 안기는 홈런을 쏘아올리며 KT로 흐름이 넘어갈 때마다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해냈다. 가장 좋았던 5월의 타격감을 되찾은 박동원은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고 KT에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동원이 승리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박해민은 KT의 희망을 완벽히 닫아버렸다. LG의 주전 중견수인 박해민은 환상적인 수비로 5차전 KT의 추격을 무산시켰다.
3승 1패로 시리즈를 리드한 채 5차전에 돌입한 LG는 3회말 3점을 선취하며 기세를 탔다. 하지만 4회초 선발 켈리가 흔들리며 2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최고의 조커'인 대타 김민혁을 빠르게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고영표, 쿠에바스, 벤자민까지 확실한 3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한 KT는 선발진에서 LG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강철 감독 역시 '5차전만 승리한다면 6,7차전에서 선발의 우위로 시리즈를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김민혁이 분위기를 바꾸는 타격을 해낸다면 리버스 스윕을 성공시킨 플레이오프와 같은 대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그야말로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김민혁은 이강철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켈리의 초구 커브를 밀어쳐 좌중간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주자 2명이 모두 득점할 수도 있는 장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LG에는 박해민이 있었다. 빠르게 타구를 파악하고 달려내려온 박해민은 과감하게 공을 향해 몸을 날렸고 김민혁의 타구는 그대로 박해민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였다. 그리고 KT가 '비장의 카드'마저 잃고 침몰하는 순간이었다.
박해민은 LG가 2022시즌에 앞서 4년 60억 원의 대형 계약으로 영입한 FA. 삼성 라이온즈에서 국가대표급 중견수로 맹활약한 박해민은 넓은 잠실 외야 중앙을 든든히 지키는 '벽'이 됐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계약으로 영입한 FA 선수들이 가장 필요한 순간 완벽한 활약을 해낸 LG는 29년의 한을 풀고 드디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사진=위부터 박동원/뉴스엔DB, 박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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