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척결” 안 꺾는 대통령…분열 낳는 ‘불변의 언론관’

유정인 기자 2023. 11. 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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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통위원장·박민 KBS 사장…고위직 인선 강행
‘언론장악’ 비판에도 아랑곳 안 해…외신서도 “언론 억압”
“KBS 사장 자격 없다” 전국언론노조와 KBS본부 조합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취임한 박민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1년6개월 동안 언론 관련 인선과 정책, 메시지 등 3개 분야에서 ‘가짜뉴스 척결’을 핵심으로 내세운 강경한 언론관을 보여왔다. 언론 관련 인사와 정책을 두고 ‘언론장악’ 비판이 계속되는데도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변하지 않았고 이는 갈등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박민 KBS 사장 임명을 재가하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송 분야 핵심 고위직 두 자리 인선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의 인선 당시부터 논란이 불거진 인사들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됐다.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각각 KBS의 보도 방향을 두고 “정파성과 정치 이념을 앞세운다”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왔다)”며 강도 높은 개편을 예고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언론 ‘조정’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는 예고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언론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판해왔다. 취임 후에는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거치며 ‘가짜뉴스 척결’ 메시지를 강화해왔다. 지난 6월엔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최근 민생·현장·반성을 화두로 꺼낸 뒤에도 ‘가짜뉴스 척결’이란 언론 메시지 기조는 바꾸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여권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며 소통 확대 기조를 강조했다. 실제 이후 윤 대통령 행보와 메시지에서 이념 대신 민생을 앞세운 조정이 이뤄졌다.

다만 국가 정체성·이념 강조 발언과 함께 논란이 돼온 ‘가짜뉴스’ 언급은 반복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제1차 인공지능(AI) 안전성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가짜뉴스가 우리 자유를 위축시키고 선거 등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뒤에는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해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인권과 민주정치를 확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정책을 알리는 소통은 강조하되, 언론을 통한 소통에서는 ‘가짜뉴스 척결’을 여전히 핵심 메시지로 삼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일 “대통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한국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보도했다. 신문은 “검사 출신 대통령은 허위 정보를 단속하기 위해 소송, 국가 규제기관 및 범죄 수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주로 언론사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은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혐의를 받는 언론인들의 집과 뉴스룸을 반복적으로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또 “야당과 언론인 협회를 비롯한 윤 대통령 비판 세력은 그가 허위 정보와 맞선다는 명목으로 언론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과 언론의 직접 소통은 멈춰 선 상태다. 지난해 11월18일을 기점으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중단됐고, 취임 100일 이후 기자회견은 없었다.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형식의 기내간담회는 취임 후 한 차례에 그쳤다.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법들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다룬 법으로 정치권의 이사 추천 비율을 대폭 줄이는 게 골자다.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게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해당 부처 의견 등을 들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법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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