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만 빨랐어도…시기 놓쳐 막대한 병원비 짓눌린다
<앵커>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한 가정이 무너지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오늘(13일)은 선천성 질병 가운데 치료 약이 있는데도 제때 치료할 시기를 놓쳐서 막대한 병원비를 평생 부담해야 하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가냘픈 20살 청년이 휠체어를 타고 주사실로 이동합니다.
[김 모 군/폼페이병 환자 : 고등학교 때까지는 걸어 다녔는데, 호흡근 약화 이후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게 되면서….]
김 군은 8살 때 폼페이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선천성 리소좀 축적병으로, 호흡이 안 되고, 근육이 말라가는 병입니다.
2주마다 한 번씩, 4시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이정호/김 모 군 주치의 : 만세 한번 해볼게요. 만세 조금 더 한 번 더?]
이런 상황에도 김 군은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대학 캠퍼스는 밟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2월 쓰러진 뒤 올해 말까지 병원을 떠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약값에 간병비까지 한 달 420만 원씩 부담하고 있습니다.
[김 모 군/폼페이병 환자 : 지금 그게(의료비가) 상당히 부담이 돼서 가능하면 빨리 퇴원을 하는 식으로 열심히 재활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27살인 유 씨도 선천적 유전병인 파브리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을 앓으면 상상할 수 없는 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유 모 씨/파브리병 환자 : 학교를 옮길 때마다 계속 학교 주변으로 집을 옮겼었고, 어디를 이동할 때마다 아파서….]
역시 2주마다 주사를 맞으며 버티고 있지만, 담당 의사는 김 군과 유 씨 모두, 더 이른 나이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이정호/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부족한 효소를 넣어주는 그런 치료가 있는데 일찍 진단할수록 당연히 효과가 좋고, 증상이 발현하기 전에 치료해야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리소좀 축적병은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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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빠른 진단으로 안타까운 사례 줄일 수 있나?
[조동찬/의학 전문기자(전문의) : 네, 얼마나 빨리 결정하느냐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는 20억 원이 좌우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저희가 지난해 보도해 드린 군산 시완이 사례 다시 보겠습니다. 선천성 척수병으로 오늘까지도 못 걷고 있는데 한 번만 맞으면 평생 걸을 수 있는 신약이 있는데 약값이 무려 20억 원입니다. 그런데 보험이 딱 만 2세까지만 적용하기로 되어 있어서 생후 2년 플러스 50일인 시완이는 보험 적용에서 제외됐습니다. 50일만 일찍 결정됐어도 시완이 걸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리포트에서 보셨던 김 군과 유 씨도 태어나자마자 유전자 진단을 받았다면 빠른 치료를 받았을 테고, 지금 같은 의료비 재난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Q. 신생아 검사 항목에 빠져있는 이유는?
[조동찬/의학 전문기자(전문의) : 유전자 질환은 7천 종류가 넘는데 우리나라에서 신생아 검사는 딱 50종류만 합니다. 정부는 더 추가하겠다, 계획은 말하고 있어요. 현재 치료약이 있는 선천성 유전자 질환은 7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신생아 검사에 포함하자는 게 의료계 주장인데,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겠죠.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겁니다.]
Q. 검사 비용 대비 효과 비교검토한 결과는?
[조동찬/의학 전문기자(전문의) : 네,그런데 그것도 좀 따져봐야 하는데 이 검사를 한 번 하는 데 5만 원에서 8만 원 정도가 듭니다. 우리나라가 매년 20만 명 태어난다고 가정하면 100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큰돈이기는 한데 하지만 이걸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정호/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고가의 치료제도 늦게 진단하면 더 비용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더 부담이 되니까….]
[조동찬/의학 전문기자(전문의) : 미국, 유럽, 타이완 보건 선진국은 치료약이 있는 선천성 질환은 신생아 검사에 현재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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