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추천 위원이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윤유경 기자 2023. 11. 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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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황성욱 2인 결정에 "합의제 기구 취지 무시한 일방적 결정"
야권 추천 위원 "불공정 심의위원…보수 일색 추천 단체로 바꿔"
류희림 위원장 "부위원장 결원으로 2인 결정…새로운 단체 기회 줘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내년 4월 총선 보도를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에 TV조선과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 추천 위원들이 포함돼 논란이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대표성을 띄지 않은 보수 단체 추천 위원이 대다수라며 일방적 위원 구성에 반대했지만, 여권 위원들의 표결로 구성이 확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는 13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거친 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권재홍 전 MBC플러스 대표이사(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박애성 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전문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 백선기 전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방통심의위 추천), 손형기 전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TV조선 추천), 심재흔 전 KBS PD(더불어민주당 추천), 이미나 전 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 임정열 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상임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최창근 전 방통심의위 통신·광고자문특위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최철호 전 KBS N 대표이사(국민의힘 추천)가 위촉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는 13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거친 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표=방통심의위 제공.

선방심의위는 공직선거법(제8조2) 등에 따라 국회 교섭단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포함해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총선 전 120일인 '예비후보자 등록신청 개시일' 전날인 내달 11일부터 선거일 후 30일인 내년 5월10일 까지다. 위원장은 내달 11일 예정된 첫 회의에서 위원들의 호선을 통해 선출된다.

이번 선방심의위 구성 명단은 부위원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이유로 류희림 위원장(대통령 추천)과 황성욱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 2인만의 결정으로 전체회의 안건에 상정됐다. 이에 여야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3인의 상임위원회 합의를 통해 결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합의제 기구의 취지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두 명만의 결정으로 이 명단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동의를 해달라고 하니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상임위원으로 위촉하지 않더라도 공석이 된 자리에 비상임위원 한 명을 참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도 “상임위원이 없다고 둘이 결정하겠다는 건 합의제 기구 정신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추천 단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종편채널 TV조선과 보수 단체 추천 위원 위주로 꾸려진 선방심의위는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는 한국언론학회 등이 추천해온 학계 추천 심의위원을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 추천으로, 방송기자연합회 등이 추천해온 언론인단체 추천 위원을 전체 방송기자에 대한 대표성을 띄기 어려운 '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으로 바꿨다.

시민단체 몫 심의위원 추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설립된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 의뢰했다. 공언련은 지난 8월 야권 추천 정민영 위원과 김유진 위원을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한 단체다.

윤성옥 위원은 “누가 봐도 공정한 심의위원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이건 불공정 심의위원”이라며 “이걸 안건으로 상정해 비공개로 회의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이겠다는 걸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나. 절차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유진 위원도 “선방심의위를 위원장과 상임위원회 코드에 맞는 단체들만 당당히 올리고 특정 종편에게 개별로 추천받는 게 가능한 일인가. 위원장이 눈치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방심의위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류희림 위원장은 다양성 확보 차원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규정엔 분명히 케이블TV, 뉴스전문채널, 종편에 추천권을 주게 돼있는데 지금까지 종편에 대해 한 번도 추천을 의뢰하지 않았다. 종편의 경우는 협의체가 없어 개별 방송사에 추천을 요청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학계는 한국언론학회가, 시민단체는 한국YWCA연합회가 네 차례 연속으로 추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단체에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절차적 문제제기에 대해선 “부위원장이 결원돼있다. 그 분이 오실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나”라고 반박하며 “국회의장 추천 몫으로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하신 분에 대한 민주당 추천 절차가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 그 분이 오면 이 부분은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이에 대해 윤성옥 위원은 “방송사에 직접 공문을 보내지 않고 대표성 있는 협회에 보내는 거다. 협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특정 방송사에 (추천권을) 줘서는 안된다”며 “한국언론학회에 추천권을 줬다고해서 편파적이라는 이의제기는 안 들어온다. 그만큼 대표성이 있다는 거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지금 위원장이 구성 안에 넣어둔 시민단체 추천 인사는 이대로 통과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도 “그만큼 대표성을 갖추고 역사적으로 공신력을 획득한 단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단체들이 번갈아 가며 맡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추천하지 않았던 단체에게 기회를 주고싶다면 누가봐도 객관적으로 공신력과 대표성을 가지고 있고 중립적으로 선거방송심의를 할 수 있겠다는 단체에 줘야 한다”며 “적어도 중립적 단체 한 두 개는 넣는 정도는 해야지 이렇게까지 보수 일색으로 단체를 다 바꾸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선방심의위 위원 구성은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됐다. 총 7명의 심의위원 중 야권 위원 3인은 안건 상정 자체에 반대하며 퇴장했고, 여권 위원들의 참여로 안건은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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