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론 역풍에 근로시간 개편 ‘속도 조절’…총선 전엔 강행 안 할 듯
연장노동 관리 단위 선별 확대…‘최대 69시간’은 포기 안 해
고용노동부가 13일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서는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적용 범위를 좁혔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면 사용자는 노동자가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도록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정부가 ‘주 69시간’의 불씨를 살려뒀다고 본다. 다만 노동부는 지난 3월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만큼 속도를 조절하면서 근로시간 쟁점이 내년 총선 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말씀드리면 우선 주 52시간제가 상당 부분 정착되고 있는 반면 일부 업종·직종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3월 입법 추진 시 이러한 부분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3월 “ ‘주 단위’의 획일적·경직적인 연장근로 규제”를 비판하면서 모든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부 비판과 달리 현행 주 52시간제는 현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노동부가 지난 6~8월 사업주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다. 이 차관이 잘못을 시인한 것은 이 수치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모든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려는 계획은 포기했지만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절충하면서 알맹이는 살려뒀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는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고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찬성 비율이 다소 높다는 면접조사 결과를 내세우면서,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통한 장시간 노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에 속도를 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며 노사정 대화를 거치기로 했다. 한국노총이 이날 사회적 대화 복귀를 발표하면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가 노동부 개편 방향에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노사정 대화가 진행된다 해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노·정 관계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정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이 문제를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 3월 노동시간 개편을 밀어붙이려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노동부가 기존 방안의 뼈대는 살려놓되 당분간 이 문제를 수면 아래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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