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이 형은 속상했을 것"...캡틴과 역대급 코리안 더비 펼친 황희찬의 센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황희찬은 속상한 손흥민을 배려해 특별한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3일 오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르기 위해 선수들을 소집했다. TEAM클린스만은 오는 16일에는 싱가포르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결하고. 21일에는 원정에서 중국을 상대한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PL) 입성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희찬이 소집 인터뷰에 나섰다. 황희찬은 2021-22시즌 울버햄튼으로 이적해 5골 1도움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완전 이적 후 4골 3도움으로 활약상이 다소 밋밋했지만 이번 시즌 벌써 7골 2도움으로 날아다니고 있다.
황희찬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덕분에 영국 현지에서도 코리안 더비가 많은 화제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코리안 더비를 앞두고 '정말 특별한 경기다. 한국은 황희찬과 손흥민의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매체는 "모든 것이 황희찬의 대중적인 매력을 보여준다면 이는 단순히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를 넘어서 '코리안 더비'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를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경기는 부산과 같은 도시에서는 황금시간대에 진행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치맥을 먹거나 술집에서 경기를 즐길 것이다. 황희찬은 예전에도 토트넘과 한국의 주장인 손흥민과 맞붙은 적이 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면서 이번 코리안 더비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전했다.
황희찬을 응원해주러 현지에 찾아간 한국의 전설 박지성 역시 코리안 더비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 축구 팬들이 흥분할 경기다. PL에서 한국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황희찬 역시 코리안 더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 팬분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경기일지도 모른다. 우리한테도 아주 특별한 경기다. 저도, 손흥민도 그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손흥민과 아주 오랫동안 뛰었고, 아주 좋은 친구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 모두가 기뻐할 것이다"며 코리안 더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공식 인터뷰를 통해서는 손흥민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팀으로서] 손흥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우리 감독은 손흥민과 토트넘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우리는 감독을 믿고 따른다. 울버햄튼은 좋은 수비수를 보유하고 있고 팀으로서 매우 훌륭하다. 저는 팀원들이 손흥민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울버햄튼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박지성의 예상대로 이번 코리안 더비는 한국 팬들을 매우 흥분시켰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나란히 선발 출장했다. 두 선수는 경기 시작 전 인사를 나눌 때 서로를 향해 웃으면서 멋진 승부를 약속했다. 몰리뉴 스타디움 안팎에는 두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한국 팬들이 가득했다.
시작 3분 만에 브레넌 존슨이 득점을 터트리면서 토트넘이 주전 대거 공백 속에서도 예상을 깨고 치고 나갔다. 그러나 울버햄튼은 기동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토트넘을 위협했다. 페드로 네투가 부상으로 인해 없는 관계로 황희찬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격을 이끌었지만 계속 2%가 부족했다. 부족했던 팀의 역량을 채워준 변화는 후반 42분에 들어온 파블로 사라비아가 채워줬다.
사라비아는 후반 추가시간 1분 환상적인 터치에 이은 멋진 동점골을 터트리더니 경기 종료 직전 마리오 르미나의 극장 역전골도 만들어주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의 표정에는 허탈함이 남아있었다. 반면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살아난 울버햄튼은 축제 분위기였다.
극장승의 여운이 남아있을 황희찬은 "그 경기에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손)흥민이 형과 대표팀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소집에서 보면 익숙한 느낌이다. 그러나 소속팀에서의 맞대결은 새롭고 특별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흥민이 형은 팀이 2연패를 했기 때문에 속상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는 특별한 얘기는 안 했다. 나는 우리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동료들과 그 기쁨을 만끽했다"며 승리를 회상했다.
황희찬이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사라진 부상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황희찬은 잦은 근육 부상으로 인해서 고생했다. 2023-24시즌 시작 후에는 부상이 황희찬을 괴롭히지 않고 있다.
황희찬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 힘든 순간이 많아 발전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팀에 적응하면서 좋은 경기력이 있었다.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다치지 않아야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어서 신경을 써야 한다. 햄스트링이 완벽하게 괜찮은 건 아니지만 덜 악화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며 경험을 토대로 부상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는 황희찬을 비롯해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조규성 등 여러 유럽파들이 연이어 맹활약하면서 대표팀을 향한 기대치는 자연스레 우상향 중이다. 선수 개개인들의 좋은 분위기에도 아직까지 대표팀이 보여주는 경기력에 대해선 의문부호도 있는 상황.
황희찬은 "멤버가 좋기 때문에 특별히 부담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일단 각자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본다"면서 팀으로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 "지금까지 봤을 때 선수들이 좋은 위치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 패스를 주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선수들 모두 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선수들과 함께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10월 A매치 일정은 FIFA 랭킹 155위인 싱가포르와 79위인 중국과의 2연전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모두 앞선다. 특히 싱가포르는 지난 10월 한국에 0-6 대패를 당한 베트남보다도 약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황희찬은 "약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 경기가 중요하다. 선수들끼리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득점 기회가 온다면 단순히 1~2골 넣는 게 목표가 아니라 최대한 많이 넣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싱가포르전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A매치다.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방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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