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불씨 남기고 “52시간제 유지”
사업주 14.5%만 “현행 제도 불편”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유연화’
노동부 “구체안 노사정 합의로”
노동계 “개악 포기 않겠단 의도”
한국노총 “경사노위 복귀할 것”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에서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 특정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도록 한 방안을 발표했다가 전 사회적으로 역풍이 불자 적용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주 69시간제’ 추진을 위한 불씨를 남겨뒀다고 비판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노동부 브리핑이 끝난 뒤 한국노총에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시간 등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한국노총도 대통령실 제안을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앞서 노동부가 지난 3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입법예고하자 청년 노동자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셌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노동부는 지난 6~8월 6030명(노동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시민 1215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노동부가 “획일적·경직적 제도”라고 비판했던 현행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가 현장에 정착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다. 주 52시간제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
이 차관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면 특정 주에 몰아서 52시간 이상 노동을 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확대하면 한 달치 연장근로시간인 52시간(12시간×4.345주)을 한 달 중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 52시간 상한을 넘을 수 있는 우회로가 열린다. 노동부는 일부 업종·직종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경우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을 노동자 건강권 보호장치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노동부 근로시간 개편 방향에 대해 반대 견해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노동시간 개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특정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 탄력근로시간제나 선택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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