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불법 암석 창고로 쓰인 산…단풍 대신 '잿빛 돌덩이' 수북

이상엽 기자 2023. 11. 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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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울긋불긋 단풍 대신 잿빛 돌덩이들로 뒤덮인 산이 있습니다. 모래와 자갈로 만들어 팔 암석을 가져다 산을 창고로 쓴 건데요.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기저기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하나 넘자 온통 잿빛으로 바뀝니다.

암석 수만개가 쌓인 겁니다.

축구장 한 개 크기, 5천 4백 제곱미터를 다 뒤덮었습니다.

[김성문/마을 이장 : 어느 날 갑자기 아침부터 출근 시간에 보면 (덤프트럭) 10여 대가 줄을 서 있더라고요. {덤프트럭에 뭐가 실렸어요?} 고속전철 터널 작업에서 나온 돌이라고 하더라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트럭을 쫓아가 봤습니다.

한 골재생산업체가 나옵니다.

산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와 보니 저 멀리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보입니다.

도대체 산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추적해 봤습니다.

위성영상을 보니 지난해부터 암석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예 산속으로 더 들어와 봤습니다.

원래는 산이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큰 돌들이 쌓였습니다.

바로 옆엔 돌을 깨뜨려 부수는 기계들이 돌아갑니다.

산을 몰래 창고처럼 쓰면서 작업을 하는 겁니다.

업체 대표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골재생산업체 대표 : {돌은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KTX 호남고속철도에서…]

암석을 가져와 갈아서 자갈과 모래로 팔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쯤부터 기계가 고장 났습니다.

[골재생산업체 대표 : 기계 고장 났으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야… 기계 고치고 다시 받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작업을 못하니 암석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이 부족해 다른 업체가 갖고 있는 산에다 마구 쌓아놨습니다.

[골재생산업체 대표 : {다른 업체의 땅을 임의로 쓴 거예요?} 네. 임의로 썼습니다. {(그 업체는) 돌을 쌓아놓은 사실을 알아요?} 몰랐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급하니까 막 부었거든요.]

지자체 허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골재생산업체 관계자 : {계속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치우고 있어요. 저는 도중에 와서 몰랐었어요. {언제 오셨는데요?} 돌이 들어올 때요.]

지자체는 지난달 말에야 뒤늦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습니다.

[무안군청 관계자 : 산 정상에 있잖아요. 누가 거기를 들여다보겠습니까. 나중에 위법사실 확인하러 갈 때도 접근하기 힘들었거든요.]

지자체 특사경은 오늘 업체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업체 대표는 이달 말까지 산을 되돌려놓겠다고 했습니다.

산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단속을 해야 하는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작 살펴봤다면 숲의 모습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화면제공 위성영상 분석업체 '나라 스페이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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