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우리나라 전나무 중 최고의 나무

기자 2023. 11. 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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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천황사 전나무

전나무는 추위를 잘 견디는 나무여서 높은 산에서 잘 자란다. 곧은 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는 전나무는 무리를 이뤄 자랄 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곧게 자라는 품이 아름다워 홀로 심어 키우기도 한 우리 토종 나무다.

전나무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나무는 전북 진안 운장산 기슭의 ‘진안 천황사 전나무’가 유일하다. 신라 헌강왕 때에 창건한 천년고찰 천황사를 찾으면 먼저 절집 돌담 곁에서 줄기의 중동이 댕강 잘린 나무나이 800년의 전나무를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풍진을 켜켜이 쌓은 나무지만, 부러진 줄기가 안타깝다.

천연기념물인 ‘진안 천황사 전나무’는 천황사 남쪽으로 난 숲길을 200m쯤 걸어 오른 곳에 똬리를 튼 ‘남암(南庵)’ 앞 동산에 홀로 우뚝 서 있다. 여느 시골집 살림채처럼 보이는 ‘남암’은 1000년 전에 스님들의 수행처로 세운 암자다. 천황사 돌담 곁 전나무에 비하면 나무나이는 그 절반인 400년에 불과하지만, 자태만큼은 더없이 훌륭하다.

바라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진안 천황사 전나무’는 눈대중으로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솟아올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인 2008년 조사에 따르면 나무높이 35m, 가슴높이 줄기둘레 5.7m로, 우리나라의 전나무 가운데 가장 큰 나무다. 게다가 전나무 특유의 원뿔형으로 곱게 솟아오른 나무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전나무는 그의 곧게 솟아오르는 나무의 생김생김이 마치 불심 깊은 스님의 지조와 절개를 닮았다는 뜻에서 오래전부터 절집 큰스님의 상징으로 많이 심어 키웠다. ‘진안 천황사 전나무’ 역시 400년쯤 전에 이 암자에서 용맹정진하던 스님이 온 땅에 불심이 널리 퍼져 평화로운 세상이 이뤄지기를 발원하며 심어 가꾼 나무라고 전한다.

세상을 널리 평화롭게 이루기 위한 선현의 바람을 안고 우뚝 선 ‘진안 천황사 전나무’는 규모에서나 생김새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전나무를 대표하는 큰 나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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