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

기자 2023. 11. 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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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22년 6월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3차 발사를 통해 실용위성(차세대 소형 위성 2호)을 목표 궤도인 고도 550㎞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정부는 이로써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나라가 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국가 예산 2조원을 들여 개발해 온 것이다. 그 이전 사업인 나로호 발사체는 5000억원의 예산을 들이고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사 3번째에 겨우 성공했다. 실은 올해 발사에 성공은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용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중형 위성을 탑재한 제4차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것의 시행은 2025년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예정이다.

누리호 발사체는 1960년대 미국에서 2인 유인 인공위성 발사 계획의 발사체와 그 규모와 구성이 매우 흡사하다. 50여년 전에 미국이 쏘아올린 것과 비슷한 스펙의 발사체인데, 우리나라는 이제야 시험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우리가 그렇게 뒤진 것은 아무래도 아직은 우리나라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실력이 부족한 원인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과학자들이 많아졌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능력이 참 좋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들은 교육열이 높고 민족성이 뛰어나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한 나라이고 아직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일까? 나는 예전부터 나름대로 한 나라가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해 놓았다. 나는 선진국이란 ‘자기 나라 인재를 자기 나라에서 키우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최상위 인재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선진국 기준은 예전에 미국 유학을 갔을 때 생각한 것인데, 당시에 보니 미국에 온 유학생들은 대부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동구권, 중남미 국가 사람이었지 서유럽이나 일본인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최고 영재인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 학생들의 경우 예전에는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많이 줄었고 국내 대학으로 진학해서 수학을 전공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대다수가 미국의 프린스턴대학, 하버드대학,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최고 대학의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 한다. 본인의 의지도 있겠지만, 그동안 우수한 선배들이 그렇게 해왔고, 부모님이나 주변에서도 그렇게 권하니까 으레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하는 마음인 것 같다.

나는 대학(학부) 진학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학생들에게 직설적으로 내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학생들은 내가 학부부터 유학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이라는 것, 그러나 대학원 유학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제는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박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병역특례제도가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 대신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사실 이제는 최고 수준의 이공계 학생들도 굳이 박사학위를 따러 미국에 갈 필요가 없다. 이는 바로 한국이 이제 선진국 문턱에 바싹 다가서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언젠가부터 애국심을 이야기하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것을 따지냐는 듯 빙긋 웃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애국심은 유치한 감정일까? 실은 애국심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책임감, 사명감 같은 감정도 유치한 것으로 치부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애국심이 현대인에게도 중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애국심은 성인이 된 후에 그 사람이 갖는 사회적 책임감과 연관이 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동기부여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최고 수준의 과학영재들은 자라면서 국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커서는 사회의 지도층에 있게 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감, 나아가서는 애국심을 갖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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