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관광지에 中경찰 배치 추진… 주권 침해 논란에도 왜?

박선민 기자 2023. 11.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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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태국 방콕의 에라완 사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주요 관광도시에 중국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안심시킴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적이다. 현지 온라인상에서 ‘주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태국 정부는 “중국 경찰 배치는 태국 경찰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주권 침해와는 무관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현지 매체 네이션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타빠니 끼얏파이분 태국 관광청장은 전날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세타 타위신 총리와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관광도시 순찰에 중국 경찰을 참여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타빠니 청장이 세타 총리와 가진 회의는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타빠니 청장은 “중국 경찰을 배치하는 것은 태국이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 관광객에게 보여줄 수 있으므로 필요하다”며 “자국 경찰이 태국이 안전한 곳이라고 확인해주면 중국 관광객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4일 태국 방콕 중심가의 쇼핑몰 ‘시암 파라곤’에서 14세 소년이 무차별 총기 난사를 해 중국 국적 관광객 1명이 숨진 가운데 나왔다. 당시 사건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태국 유입이 둔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태국 정부가 중국 경찰 배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건 위축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태국은 오는 15일 주태국 중국대사관과 중국 경찰 파견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태국은 단지 ‘안전’을 위해 중국 경찰을 주요 관광도시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는 ‘주권 침해’로 번질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태국이 해외의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는 비밀 작전 기지가 될 까 걱정된다” “단지 순찰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 경찰을 데려오는 게 더욱 이해가 안 된다. 태국 경찰의 역할은 무엇이냐” “중국 경찰을 데려와서 태국 경찰을 해산시키려는 목적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논란에 현지 정부는 “중국 경찰 배치는 태국 경찰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주권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경찰이 관광지에서 태국 경찰과 함께 순찰한다는 내용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자국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국 경찰은 태국 내 중국인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태국은 관광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나라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기준, 전체 외국 관광객 약 4000만명 중 중국인이 1100만명이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5%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 중국문화관광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해외여행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마카오와 홍콩에 이어 태국을 세번째로 많이 찾았다.

이에 따라 태국은 경제와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으며, 비자 면제 영구화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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