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만 듣고 지드래곤 수사? 경찰 "물증 확보 못한 건 맞지만…"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이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이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형사 입건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물증 없이 진술만 가지고 수사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가 다른 사람 범죄에 대해 진술을 하는데 확인하지 않을 수 없으니 입건 전 조사를 한 것인데 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것"이라며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매체는 경찰이 지드래곤을 형사 입건한 배경에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초 지드래곤이 업소 화장실을 다녀온 뒤,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가 발견됐다. 그 직후 지드래곤의 행동도 이상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각각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해 "현재까지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해서 무리한 수사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마약범죄 수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관련자 진술,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 혐의 여부를 판단한다"며 "다만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인 입건 전 조사, 내사 단계에서 관련 사실이 알려져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3.11.06 /사진=김창현 chmt@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지드래곤은 지난 6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임의 제출 방식으로 소변과 모발, 손톱을 제출했다. 소변을 통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경찰은 10일 지드래곤이 조사를 앞두고 온몸을 제모했다며 손톱을 채취해 정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드래곤의 법률 대리인인 김수현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원챔버)는 "경찰 측에서 마치 권지용이 증거를 인멸할 의도로 제모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권지용은 감정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남성으로서 긴 모발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모발을 경찰이 요구하는 숫자만큼 임의제출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권지용은 약 1년 5개월 동안 염색 및 탈색을 진행한 바 없다. 조사를 받으면서 '원래 평소에도 제모를 했다'고 밝혔고 입건 보도된 이후로 제모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