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가게는 '썰렁'…"비싸도 정신없이 팔린다" 뜨는 간식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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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인기였는데…겨울 되니 상황 반전
개당 4300원 붕어빵도 구매 열기 '활활'
군고구마 등 곁들인 디저트도 관심 급증
탕후루 매장 '썰렁'…"철 지났다" 한숨도
"원래 '최애(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탕후루였는데 겨울 되자마자 바뀌었어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붕어빵 등 따끈한 겨울 간식으로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탕후루 가게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양새다. 최근 물가 상승 영향으로 붕어빵 가격도 예년보다 크게 올랐으나 올 겨울철 붕어빵 인기는 기대 이상이라는 게 점주들의 반응이다. 탕후루 업체들은 신메뉴로 겨울철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붕어빵 가격 올랐다지만…"줄 서서 사 먹어요"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찾은 서울 성동구 왕십리 인근 붕어빵 노점 앞에는 20명가량이 긴 대기 줄을 서 있었다. 이곳 노점상은 "생각보다 올해 날씨가 빠르게 추워져서 지난해보다 손님들이 더 찾는 분위기"라며 "오늘 몇 개 팔았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팔았다. 먼 지역에서도 오신 손님들도 많아질 정도로 잘 팔린다"고 말했다.
추위에 손을 벌벌 떨며 기다리던 20대 직장인 곽모 씨는 "붕어빵은 추울 때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인데, 요즘 파는 곳도 찾기 어려워서 20분 정도 차 타고 와서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양손에 붕어빵 봉지를 한가득 들고 귀가하던 20대 대학생 은모 씨는 "원래 탕후루를 간식으로 자주 사 먹었는데 보기만 해도 추워서 겨울에는 못 먹겠다"면서도 "붕어빵 파는 곳을 보면 어딜 가든 줄을 서 있다. 저번엔 줄이 너무 길어서 정말 30분 기다렸다가 겨우 사 먹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붕어빵 3개를 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붕어빵도 고물가 위기를 피하지 못해 값이 올랐지만, 사 먹는 이들은 가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곽모 씨는 "3개에 2000원이면 요즘 물가치고 적절한 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모 씨도 "과거에 비해 비싸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워낙 파는 곳을 찾기 어렵다 보니 1개에 1000원이어도 먹을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붕어빵을 1마리에 700원으로 판매 중이던 한 업주는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을 엄청 많이 했지만, 서민 음식답게 적자 안보는 선에서 최대한 싸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만큼 일반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보다 더 쫄깃한 식감의 반죽을 내려고 노력했고, 맛도 다양하게 내놓다 보니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붕어빵 한 개에 4000원이 넘는 곳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소금빵 반죽으로 붕어빵을 선보인 한 카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맛집으로 입소문 나며 '오픈런'을 불러일으켰다. 이곳은 붕어빵 한 개에 4300원으로 저렴하지 않았음에도 구매 열기가 치열했다. 이곳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몰리는 저녁이나 주말은 30분~1시간 정도의 대기가 필요하다"며 "붕어빵 메뉴를 팔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좋아서 아마 앞으로 사계절 내내 판매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겨울을 맞아 군고구마 등을 신메뉴로 내세운 카페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성수역 인근 카페는 군고구마 기계를 매장 내 비치해두고, 군고구마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를 9500원에 팔고 있었다. 시민 김모 씨(25)는 "겨울 간식을 파는 카페에 가고 싶어서 검색하다가 군고구마 맛집이라길래 이곳에 오게 됐다"며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맛있는 디저트를 사 먹는 데에 이 정도 투자하는 것은 쓸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붕어빵 장사 같은 겨울 간식은 지금같이 사람들이 아직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시기에 더 잘된다"며 "특히 10대들은 '요즘 물가'에 익숙해져 있는 탓인지 붕어빵 등 겨울 간식 값이 올랐다고 해도 비싸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가게마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어도 사 먹을 사람들은 다 사 먹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비시즌' 맞은 탕후루…가게 곳곳마다 '썰렁'
반면 지난 주말 강남역과 건대 입구, 왕십리 등 서울 주요 상권을 돌아본 결과, 탕후루 가게들은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긴 대기 줄을 서야지만 맛볼 수 있었던 국내 최대 탕후루 프랜차이즈 '왕가탕후루' 일부 전문점도 매장 내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업계에서는 여름철 정점을 찍었던 탕후루에 대한 관심 자체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색 데이터 분석 기업 아하트렌드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 사업자로 등록된 외식 프랜차이즈 4500개 브랜드 검색량을 조사한 결과, 탕후루 브랜드들의 지난 10월 검색량이 전월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까지 매월 큰 폭으로 상승하던 해당 검색량은 8월 67만7000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9월에는 57만8000건으로 첫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지난달에는 32만8000건으로 전월 대비 크게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2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저녁만 되면 줄을 길게 서 있던 탕후루 가게가 요즘엔 줄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라며 "사람들이 호기심에 많이 사 먹고 맛있어했지만, 설탕 코팅이 몸에 안 좋다는 말도 많이 나와서 덜 찾는 것 같다. 나도 날이 추워진 뒤로는 붕어빵이나 군고구마, 타코야키를 더 먹게 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메뉴를 내세운 탕후루 전문점도 있었다. 강남역 인근의 한 탕후루 가게 직원은 "확실히 탕후루 철이 많이 지난 것 같고, 많이 안 찾으신다"며 "그릭요거트에 탕후루를 같이 넣은 신메뉴는 비교적 관심을 가져주시는 편"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산타 탕후루'를 선보일 계획이라는 강남역 인근 왕가탕후루 직원은 "아무래도 탕후루 철이 아니다 보니 전보다 안 팔리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곧 출시되는 신메뉴에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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