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천억 지원’ 글로컬대학 10곳 첫 선정…지방대 살아날까
윤석열 정부가 혁신에 나서는 지방대를 선정해 내년부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 대상으로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순천대, 부산대 등 10곳을 선정했다. 윤석열표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셈인데, 일각에선 대학 간 경쟁과 성급한 대학 구조조정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예비지정을 통과한 15곳의 대학 중 최종 선정된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과대 △한림대 등 10곳이다. 인제대, 한동대, 순천향대, 전남대, 연세대 미래캠퍼스는 본지정에서 탈락했다. 대학 유형별로는 국공립대가 7곳, 사립대가 3곳이고 대학 간 연합이 4곳(대학 8곳)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방대 30곳을 뽑아 대학 1곳당 5년에 걸쳐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10곳을 우선 선정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부 대학에 파격적인 규모의 재정을 투자하는 특성 탓에 각 지방대는 선정에 사활을 걸어왔다. 선정되면 대학의 위상과 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신입생 모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신청서만 94건(대학 108곳)에 이르러 본지정까지 1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교육부가 밝힌 최종 합격과 탈락을 가른 요소는 대학들이 낸 혁신안의 실현 가능성, 지역 발전 전략과의 연계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의지다. 각 대학이 낸 혁신안은 △미래형 교육 △첨단 인재 양성 △지역 동반성장 △대학 국제화 △대학의 지역 서비스 확대 등으로 나뉘는데, 이런 계획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가 주된 판단 기준이 됐다.
이번엔 예비후보 중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대학들은 모두 최종 선정됐다. 강원대·강릉원주대는 ‘1도 1국립대’ 모델 아래 특성화된 4개의 캠퍼스를 두고 강원권을 포괄하는 지역 거점 대학이 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춘천캠퍼스는 교육·연구에, 원주는 산학 협력, 강릉은 지·학·연 협력, 삼척은 지역산업에 초점을 맞춘다. 부산대·부산교대는 교육 전문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역량을 갖춘 새로운 종합교원양성대학을 만들 계획이다.
지역산업과 동반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도 많았다. 경상국립대는 경남이 우주항공·방위 산업의 집적지라는 점을 활용해 우주항공·방산 허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캠퍼스 간 장벽을 없애 우주항공대학을 신설하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지방대 살리기’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나, 이 정책이 지방대 위기를 외려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올해 본지정된 대학 70% 이상이 국립대인데, 지방 거점 국립대처럼 ‘살릴 대학만 살린다’는 방식으로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국교통대 교수)은 “큰 대학에서 작은 대학으로 성과가 수혈되는 방식이 아닌, 큰 대학이 지원을 흡수해버리는 방식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소규모 대학의 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성급한 통폐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2025년부터 모든 정원을 융합학부로 모집한다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학과 조정이 다 이뤄져야 한다. 학내 혼란만 가중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예비지정까지 간 뒤 탈락한 대학들은 재도전 의사를 보였다. 인제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획안은 혁신적이었지만 실현 가능성 면에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 같다”며 “실현 가능성 부분을 보강해 내년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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