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 아닌 일반국민 55% "주52시간제 업종별 수요 반영 못해"
"업무량에 유연대응 어려워"
근로자 30%도 불만 표시
선호하는 연장 단위는 '月'
대통령실 "일방추진 안해"
국민 대다수는 현행 주 52시간근무제를 보다 유연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주 단위'로 돼 있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도 '월 단위'처럼 보다 확대하는 것에 동의했다. 실제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55%가량은 "현행 주 52시간제에서는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개편 방향으로 제시된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한 업종으로는 제조업을, 직종으로는 설치·정비·생산직 등을 꼽았다. 다만 이성한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입법화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 방식"이라며 확대 대상 업종·직종을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지난 6~8월 한국노동연구원·한국리서치를 통해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일반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방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현 주 52시간제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우선 '현 근로시간제도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는 문항에는 근로자, 사업주, 일반 국민 전 계층에서 모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가령 근로자는 48.5%가 동의했고, 16.1%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 근로시간제도에서는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항에도 상당수가 동의했다. 해당 문항에는 근로자 28.2%, 사업주 33.0%, 국민 39.0%가 동의했다. 또 '현 근로시간제도는 제조업·비제조업, 생산직·사무직 등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문항에는 근로자 계층도 44.2%가 동의했고, 17.7%만 동의하지 않았다. 이 차관은 "제조업·시설관리업, 100~300인 규모의 사업주가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변한 비율이 30~40%"라며 "심층 인터뷰에서도 일부 사업주는 주 52시간제 경직성으로 수주나 납품 지연 등 경영 위기를 겪은 바 있다고 절절한 어려움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연장근로 단위를 현재 주 단위에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전 계층에서 동의가 반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동의'나 '보통'이라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월 단위'에 대한 선호도가 근로자(62.5%)와 사업주(59.3%)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분기 단위'(근로자 14.5%·사업주 15.0%)가 선호도가 높았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한 업종으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주로 꼽혔다. 직종의 경우 근로자는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업주는 설치·생산직, 연구·공학 기술직, 보건·의료직 순으로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짜 노동' 논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정부는 입법이 아닌 감독을 비롯한 행정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고용부는 지난 1~8월 포괄임금을 불법적으로 오남용한 것이 의심되는 사업장 87곳을 대상으로 임금 체불(64곳·73.6%)과 연장근로 한도 위반(52곳·59.8%) 사례를 적발했다. 고용부는 이날부터 근로시간 관리가 어려운 중소기업 대상으로 노사가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번 고용부의 개편 방향 발표는 결국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결정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설문조사를 정책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번 조사는 3월에 있었던 '주 69시간제' 논란과 관련해 퇴로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시간적으로는 늦춰지거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차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기준법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노동 개혁이 현실적으로 조금 늦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 5개월 만에 복귀하는 데 대한 물밑 협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로시간제도가 국민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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