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 '코드 인사' 논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얼마 전까지 대표로 있었던 언론단체 미디어연대 출신 인사가 방심위가 위촉하는 외부 자문위원과 심의위원 등에 연이어 발탁됐다. 방심위는 지난달 20일 박우귀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데 이어 13일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손형기 전 미디어연대 모니터 위원장을 선임했다. 특히 손형기 위원은 TV조선 출신으로 선거방송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TV조선 추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적격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명단을 확정했다. 야권 측 위원들이 절차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문제라며 항의하고 퇴장한 가운데 여권 측 위원 4인만의 찬성으로 의결한 결과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운영되는 별도의 합의제 기구로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 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9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방심위는 지난 10월18일부터 약 보름간 관련 단체 등에 위원 추천을 의뢰했는데, 피심의 대상인 종편 4사가 포함되는가 하면 보수 성향 단체에 추천 의뢰가 집중돼 논란이 됐다. 특정 방송사에 심의위원 추천 권한을 준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5일 한겨레신문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방심위는 설명자료를 내어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하고 “다양성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13일 확정된 명단을 보면 TV조선 추천을 받은 손형기 위원 외에 MBC 재직 당시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권재홍 전 MBC 부사장이 보수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정언론국민연대는 보수 성향 언론사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지난해 6월 설립된 단체로 고대영 전 KBS 사장, 김인규 전 KBS 사장, 김장겸 전 MBC 사장 등이 상임고문으로 있다. 2019년 창립한 신생 학회인 한국미디어정책학회도 이번에 처음 추천 단체에 포함됐는데, 이미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부교수를 추천했다. 미디어정책학회는 보수정권 시절 여당 추천으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으로 있다.
이 같은 추천 단체 및 위원 명단은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2인이 참석하는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사실상 결정됐다. 방심위 상임위원은 통상 여권 측 2인과 야권 측 1인 등 3인으로 구성되나, 현재 부위원장이 공석으로 여권 측 위원 2인만 상임위원으로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 구성은 애초 추천 의뢰부터 최종 확정까지 오직 여권 성향 위원들만의 의결로 이뤄진 셈이다.
이날 윤성옥 위원은 “소수 위원(야권 측)을 대표할 위원이 없는데 두 분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안건을 올리는 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또한 구성을 보면 외부에서 누가 봐도 공정한 심의위원이 아니다. 특정 시민단체 추천 인사가 들어가 있고, 우려했던 게 다 들어갔다. 불공정 심의위”라고 반발했다.
김유진 위원도 “지난번에 특위 명단도 위원장이 대표로 계셨던 미디어연대 등의 단체를 베이스로 한 추천에 보수 일색의 위원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렸는데, 자꾸 이렇게 위원장과 상임위원 코드에 맞는 단체들만 당당하게 올리고, 특정 종편들에 개별로 추천을 받으시고,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 좀 눈치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방송심의위의 임기는 예비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 전일(2023년 12월11일)부터 선거일 후 30일(2024년 5월10일)까지다. 선방위는 12월11일 이후 위촉식과 첫 회의를 열고 호선을 통해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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