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은 시급한 공동위협"…맞춤형 억제전략 개정
혈맹 상징 와인색 넥타이 매
태극기·성조기 자수도 새겨
핵작전 기반 양국 전력 극대화
美 조기경보위성 실시간 공유
북핵 대응 연합훈련 진행도
9·19 군사합의 거론됐지만
오스틴 "추후 협의" 말아껴
한미 국방장관이 13일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양상을 반영해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10년 만에 개정했다.
양국 장관은 4년 만에 발표한 '한미동맹 국방비전' 문건에서 북한을 '근본적이고 시급한 위협'으로 못 박으며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또 양측은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에 대한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축해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TDS 개정본에 서명했다. TDS는 북한 권력의 특성과 핵·WMD 위협 수준을 고려해 한반도 상황에 최적화한 전략문서로 세부 사항은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한미는 이번 TDS 개정을 통해 미국의 핵전력을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더욱 밀착시켰다. 양국 장관은 국방비전 문건을 통해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한 억제 능력의 완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지원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 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이 효과적으로 결합되는 방식으로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양국은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해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현재 한국군은 육지와 바다에서 운용 중인 레이더로 북한 미사일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곡률 특성상 발사 및 탄착 시점에 탐지가 어려운 '음영 구역'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도 약 3만6000㎞ 상공에서 운용돼 지형·장애물의 구애를 받지 않는 미국 조기경보위성의 실시간 정보는 한국의 대북 감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이 연합연습을 할 때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훈련 시나리오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끄는 지점이다. 한미는 당장 내년 3월쯤 실시될 상반기 연합연습부터 북한의 핵 사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적용하기 위한 실무적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신 장관이 적극적으로 '효력 정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9·19 군사합의는 SCM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신 장관이 오스틴 장관에게 한국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며 말을 아꼈다.
양국 장관은 본회의에 앞서 올해 70년을 맞아 한층 강화된 한미동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올 한 해 이를 경축하는 행사와 함께 동맹 수준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양국 간 최초로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하는 등 확장 억제 실행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함께 모든 도전을 극복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능하며 상호 운용 가능한 동맹을 구축해왔다"고 화답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에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전개 빈도를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또 다른 항모도 곧 한반도에 올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신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양국 국기가 새겨진 짙은 와인색 넥타이를 나란히 매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신 장관이 회의에 앞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끈끈한 결속력을 상징하는 넥타이를 만들자고 제안한 뒤 직접 '혈맹 타이(blood alliance tie)'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SCM 행사 때 '혈맹 넥타이'를 매자는 신 장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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