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유령 아동’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마련해야
[아동학대]
[왜냐면] 이소은 |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올해 들어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들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의료기관의 출생 정보 제출과 시·읍·면의 장의 직권 출생 기록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시·읍·면의 장이 직권으로 아동의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정법이 시행하면 출생 등록이 되지 않아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없는 아동의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 문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그 적용 대상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제한하고 있어,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은 이 법에 따른 출생등록이 불가능하다. 외국인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 출생 신고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외국인 부모가 체류자격을 상실한 경우, 가족 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 난민이거나 무국적자인 경우 등에는 이조차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은 그 존재 및 부모와의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적법한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고, 외국인등록을 마칠 수도 없다. 외국인 부모와 함께 부모의 국적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희망하는 경우에도 해당 국적국으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 출국 및 입국 제한을 받는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가 부모의 출신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우리나라에 권고한 바 있지만, 정부는 아직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가족관계등록 제도에서 외국인 아동을 완전히 배제하는 입법례가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적에 관하여 속지주의(출생지주의)를 취하는 국가는 물론, 국적에 관해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취하는 국가도 출생등록에 관해서는 속지주의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견주면 해당 국가에서 출생한 아동이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아동이 해당 국가의 국적을 아직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출생등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로 엄격한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취하는 일본에서도, 일본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이 가능하다.
현재 제21대 국회에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규율하는 특별법안이 두 건 제출돼 있다. 두 법률안 모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출생등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만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별도의 ‘출생등록부’를 마련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대한민국 아동의 출생 사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외국인 아동의 출생 사실은 출생등록부에 각각 기록하게 되므로, 이를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입법적 시도라고 생각한다.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만의 권리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권리다. 외국인 아동이라고 해서출생등록될 권리를 부정할 근거는 없다. 이러한 아동의 권리를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시민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돼, 이른 시일 안에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법제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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