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10월29일, 게이머들은 국회 앞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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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9일에는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두드러지는 일도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찾아왔던 만큼 혼선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서명을 위해 국회 앞을 찾아온 게이머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고, 누군가는 사비를 털어 테이블과 생수 등을 구입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떠날 때는 쓰레기 하나 없이 떠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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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전민 | 게이머
지난해 10월29일에는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두드러지는 일도 있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에 대한 감사 청구를 위한 연대서명이 국회 앞에서 열린 것이다.
당초 최소 기준인 3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이 목표였으나, 실제론 17배가 넘는 5489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찾아왔던 만큼 혼선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서명을 위해 국회 앞을 찾아온 게이머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고, 누군가는 사비를 털어 테이블과 생수 등을 구입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떠날 때는 쓰레기 하나 없이 떠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이머들의 모범적인 참여는 헛된 일이 아니었다. 올해 1월30일 시작한 감사는 6월30일까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달성되지 않은 과업과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용역에 대금이 지급되는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번에 밝혀진 게관위의 비리로 인해 정직 징계를 받았던 사람이 버젓이 게관위에 출근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비리 의혹이 밝혀짐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쪽에 특별감사가 요청됐다.
이번 연대서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게이머들이 자신을 속박했던 외부의 인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003년 한 아침 방송에 출연한 임요환에게 “게임에서 사람을 죽이면 현실에서도 살의가 느껴지냐”는 질문 등에서 느껴지는 게이머에 대한 무례함처럼, 과거의 기성세대는 게이머에게 ‘폐인’ ‘범죄자’와 같은 이미지를 씌웠고, 무시와 멸시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금의 게이머들은 2021년 초 게임계에 닥쳤던 연쇄 트럭시위와 지난해 10월29일의 연대서명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부당한 경험에 맞서 행동할 수 있는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기성세대의 ‘게이머 멸시’는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게관위와 임요환의 사례 외에도, 젊은 게이머들의 의지를 고려조차 하지 않은 셧다운제(16살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 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가 그러했다. 게임이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이라고 규정하며 억지와 허점으로 가득한 논리를 전개하는 이들이 그러했고, 가장 최근에는 이른바 ‘총칼 게임’이 연쇄 칼부림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보도한 한 언론이 그러했다. 그 언론이 예시로 든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일인칭 슈팅 게임’(FPS)이라고 부르고, 그런 게임에서 칼은 대체로 보기 어려운 무기지만, 그 언론은 칼부림과의 연관성을 위해 ‘총칼 게임’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명칭을 창조해냈다. 그런 ‘게임 탓’ ‘게이머 탓’에 동참한 건 검찰부터 지상파 방송들까지 광범위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기성세대의 이러한 변함없는 인식 아래 게이머는 언제나 ‘을’이었다.
게이머에 대한 이러한 취급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반성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정작 그러한 반성과 개선의 선봉이자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권에서는 반성도, 인식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선거와 국정감사 기간이 아니면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언급은 뚝 끊긴다. 게임특화보좌관을 둔 이상헌 의원을 제외하면, 대선후보 시절 ‘롤’(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직관하러 왔던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이 게이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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