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교육감에게 학교급식은 정쟁의 대상인가

한겨레 2023. 11.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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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주도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을 통한 먹을 권리 보장과 지역 친환경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9월20일 경기도교육청이 학생·학부모 책임 강화를 위해 입법예고한 '경기도 학생인권 일부개정조례안'을 보면, 제23조 제3항 '친환경, 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 급식'이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으로 바뀐다.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은 국내는 물론 지구촌의 모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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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9월4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를 방문해 자율선택급식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왜냐면] 김현정 |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주도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을 통한 먹을 권리 보장과 지역 친환경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경기도의회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지난 9월20일 경기도교육청이 학생·학부모 책임 강화를 위해 입법예고한 ‘경기도 학생인권 일부개정조례안’을 보면, 제23조 제3항 ‘친환경, 근거리 농산물에 기초한 급식’이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으로 바뀐다. 임 교육감은 10월10일 방송 인터뷰에서 “보다 많고 다양한 급식을 위해 샐러드바나 뷔페와 같은 자율 선택 방식으로 전환하고, 학생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의 이런 발상은 ‘경기도산 우수 농산물의 급식 선순환 조달체계 혁신’에 목적을 둔 ‘경기도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와 배치한다. 많고 다양한 음식 공급을 위해 값싸고 품질 낮은 식재료를 쓸 가능성이 크다. 화려한 샐러드바나 뷔페 급식을 위한 비용 부담을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일은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20년 넘게 공들여 온 무상급식의 틀을 흔들 수밖에 없다. 급식의 양과 종류를 늘려 선택권을 강화한다면 더 많은 음식 쓰레기를 초래하고, 탄소중립을 거스른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맞춤 음식을 제공하는 최근 급식 추세와도 동떨어져 있다.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은 국내는 물론 지구촌의 모범 사례다. 최근 캄보디아·베트남 정부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 일본 정치인까지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잇따라 찾았다. 이곳은 경기도 전체 학교의 55%에 해당하는 1400개 학교, 81만 학생에게 쌀과 축·수산물을 제외한 연간 1700억원어치의 과일, 채소 등을 공급한다. 취급하는 식재료의 70%가 경기도산 친환경 농산물이다. 경기도와 시·군은 지역 친환경 농산물 이용을 장려코자 일반 농산물 값과의 차액 예산을 매년 500억원 넘게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학교급식센터는 급식 식재료의 계약재배부터 수매, 운반, 전처리, 물류에 이르기까지 복잡다단한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가격결정심의회는 농업인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영양교사의 합리적인 비용 지출을 돕고 있다. 식재료 안전과 품질에도 만전을 기해 클레임(항의) 발생률이 0.6%에 불과하다.

일찍이 유엔식량농업기구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12호’를 통해 먹을 권리는 개인 또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모든 사람이 신체적, 경제적으로 적절한 음식을 언제나 얻을 수 있을 때 실현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초인권인 먹을 권리를 놓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는 낯 뜨거운 일은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지 않다. 총선이 다가온다. 여야가 청소년의 먹을 권리를 놓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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