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뉴스타파 인용' MBC에 6000만원 등 과징금 확정

김고은 기자 2023. 11. 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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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JTBC 3000만원, YTN 2000만원…MBC 사장 추가 의견진술 요청도 거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해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에 대해 최대 4500만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방송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사상 최다 건수, 최고액의 과징금으로 향후 법적 다툼을 비롯해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방심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앞서 과징금 제재를 확정한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PD수첩’, JTBC ‘뉴스룸’(2건),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 6건에 대한 과징금 액수를 결정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최고액인 4500만원을 받았고, KBS 뉴스9는 3000만원을, MBC PD수첩은 1500만원을 받게 됐다. 지상파 과징금은 기준금액이 3000만원이고 50% 범위 안에서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데, 뉴스데스크는 가중 처분을, PD수첩은 감경을 받은 결과다.

방심위는 또 JTBC 뉴스룸에 대해선 뉴스타파 인용 보도 건은 1000만원을, 뉴스타파 보도에 한 달 앞서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던 지난해 2월 보도는 2000만원을 의결했다. YTN 뉴스가 있는 저녁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과징금 기준금액인 2000만원으로 결정됐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제23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과징금 가중 처분을 받은 건 MBC 뉴스데스크가 유일한데, 구체적인 이유가 이날 회의에서 설명되진 않았다. 다만 여권 측 김우석 위원이 “위반행위 내용과 정도가 심하고, 4회 연속 보도했으며, (보도를 통해) 취득한 이익에 금전적 이익만 해당한다 볼 수 없고 보도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이익이 어떻게 됐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모 방송사(JTBC)처럼 진상조사를 해서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없었고 끊임없이 꼬투리를 잡으며 제재를 회피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PD수첩 과징금액 7명 중 3명 의견이 ‘과반’?

더구나 PD수첩에 대한 과징금액 결정은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태서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회의는 7명 재적 위원 전원 참석으로 개회했으나, 뉴스타파 인용보도 심의에 반발하며 야권 측 위원 2명이 퇴장한 상황에서 PD수첩에 대해 과징금을 주장한 여권 측 위원 4명 중 3명이 1500만원을, 김우석 위원은 홀로 2000만원을 주장했는데 류희림 위원장이 과반 의견에 따라 1500만원으로 결정됐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 류 위원장 등 여권 위원이 주장해온 회의 운영 규칙에 따르면 회의 개회 이후 퇴장한 위원들은 ‘기권’으로 분류되므로 이날 PD수첩에 대해선 전체 7인 중 3명이 1500만원을, 1명이 2000만원을, 1명이 반대(문제없음), 2명이 기권으로 1500만원은 과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방심위는 앞서 이날 MBC측이 제기한 추가 의견진술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방심위가 KNN에 대해 과징금을 확정하기 전 전체회의에서 KNN 대표이사의 추가 의견진술을 들은 전례가 있었음에도 여권 측 위원들은 ‘관련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의견진술 요청을 거부했다.

일부 위원은 오히려 안형준 MBC 사장 명의로 제출된 서면 진술서에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안형준 사장은 이날 방심위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용 보도의 진원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타파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 통보라는 경미한 조치를 내린 점”을 지적하며 “원본은 제재하지 않고, 대선 후보 검증을 위한 인용 보도를 최고 수위로 제재한다는 것은 논리적 형평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우석 위원은 “공영방송 사장이란 분이 기본적 이해도 없이 통신영역 제재를 근거로 해서 방송영역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건 한탄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니까 뉴스타파 같은 공신력 없는 언론에 놀아나 허위조작정보를 그렇게(보도)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국, 다수결에 따라 의견진술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고, 야권 측 윤성옥 위원은 “과징금이란 중대한 제재를 내릴 때 사업자가 직접 설명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사유 없이 허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재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 등에서 위원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희림 “자유민주주의 근간 흔든 책임” MBC “받아들일 수 없다”

이날 4개 방송사 6건에 대한 과징금액을 확정한 뒤 류희림 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통해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추적 미디어들이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받는 것은 지난 2008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징금의 다과(多寡) 넘어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형준 MBC 사장이 이날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추가 의견진술 기회를 요청하고 앞서 방송협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방심위는 의견진술 요청을 거부했다.

류 위원장은 이어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대한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오늘 과징금 확정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엄중한 조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는 이른바 ‘김대업 병풍사건’으로 불리는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 등 주요한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유포된 허위조작 녹취록과 사실들로 인한 심대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겪은 바 있다”며 “이번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녹음과 영상에 대한 철저한 자체 검증의 중요성을 우리 방송사들에게 다시 일깨운 큰 변곡점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방심위 결정 직후 MBC는 입장문을 내어 “방심위의 이번 과징금 결정을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이 결여된 불공정 정치 심의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MBC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식의 대응을 통해 법의 이름으로, 정의와 상식의 이름으로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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