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모텔 건물주 대낮 살인 사건... 분노 표출인가, 돈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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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숙박업소 빌딩에서 80대 건물주가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맞은편 건물에 위치한 또 다른 모텔의 주차장 관리인.
범행 후인 오전 10시쯤 김씨가 본인이 일하는 맞은편 C모텔로 달아나는 모습, 오후 5시 30분 강릉행 KTX를 타기 위해 서울 용산역으로 향하는 장면 등이 CCTV에 담겼다.
지인들은 B씨가 해당 부지를 C모텔 측에 빌려줬지만, 그가 최근 명도소송을 걸어 주차장을 관리하던 김씨가 크게 상심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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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숙박업소 빌딩에서 80대 건물주가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맞은편 건물에 위치한 또 다른 모텔의 주차장 관리인. 일단 "피해자가 평소에 무시해 범행을 결심했다"는 게 피의자의 변이다. 하지만 끔찍한 살인의 동기가 되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실제 관리인을 고용한 모텔 업주가 도주를 도운 정황도 드러났다.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관계엔 금전 갈등이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서울서 살인하고 11시간 후 강릉서 체포
1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10분쯤 영등포구 소재 A빌딩 옥상에서 흉기에 목 부위를 깊이 찔린 채 사망한 B씨가 발견됐다. 해당 빌딩은 B씨 소유 6층짜리 건물로, 그는 평소 오전 9시면 꼭대기층에 있는 관리사무실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피해자를 최초 신고한 건물 관리소장은 통화에서 "B씨가 안 보여 순찰하다가 발견했다"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곧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30대 김모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범행 후인 오전 10시쯤 김씨가 본인이 일하는 맞은편 C모텔로 달아나는 모습, 오후 5시 30분 강릉행 KTX를 타기 위해 서울 용산역으로 향하는 장면 등이 CCTV에 담겼다. 결국 김씨는 오후 9시 32분 강원 강릉KTX역사 앞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씨는 2020년 4월부터 C모텔에서 일하며 피해자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굳이 여든 넘은 노인을 해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는 경찰에 "B씨가 무시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누적된 분노가 폭발해 살인 범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선 단순한 감정 대립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갈등 배경엔 '주차장'이 있다. 지인들은 B씨가 해당 부지를 C모텔 측에 빌려줬지만, 그가 최근 명도소송을 걸어 주차장을 관리하던 김씨가 크게 상심했다고 증언했다.
피의자의 난폭한 성격이 살인의 촉매제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인근 한 상점 종업원은 "형편이 어려운 김씨는 주차장 입구에 마련된 간이창고에서 숙식을 해결했는데, 성격이 워낙 괴팍해 손님들과도 자주 시비가 붙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모텔 사장도 돈 문제 얽혀... 공모했나
이번 사건에선 제3의 인물도 등장한다. 김씨의 고용주인 C모텔 사장 40대 조모씨다. 경찰은 조씨도 범행에 깊숙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상쩍은 행적이 포착된 탓이다. 조씨는 김씨의 범행 직후 동선이 찍힌 C모텔 내∙외부 CCTV 기록을 모두 삭제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에게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벌받을 게 뻔한데도 범인의 도주를 사실상 도운 속사정은 뭘까. 조씨와 B씨 역시 금전관계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상가 관계자는 "조씨가 일대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사업의 조합장을 하겠다며 B씨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약속했다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B씨 유족도 "아버지는 조씨가 재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걸 반대했다"고 말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두 사람 다 피해자와 돈을 매개로 충돌한 건 분명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묵비권을 행사 중인 이들을 상대로 공모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조씨가 CCTV 기록을 은폐한 경위가 밝혀질 경우 범행의 얼개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김씨는 살해, 조씨는 영상 삭제 사실만 인정하고 있다"면서 "14일 피해자 부검을 의뢰하고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정다빈 기자 answ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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