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도 신중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서둘 이유 뭔가
한·미 국방장관이 13일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군사동맹 현안을 논의했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확인, 북한 미사일 정보공유 강화,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 등 강화된 군사대비 태세를 갖추는 방안이 망라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에게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미 SCM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 이후 심화된 한·미·일 군사협력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한·미 동맹이 북한 뿐 아니라 대만해협·남중국해 문제에도 협력한다는 것을 공동성명(13항)에 명시했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전날 3자 회담을 갖고 내달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체계를 완비하고, 내년부터 3국 군사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충돌에 한국이 군사적으로 끌려들어갈 여지를 두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한·미·일 훈련 체계화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자극할 여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튼튼한 안보는 강력한 군사적 대비 태세뿐 아니라 상대와의 소통과 신뢰 구축 노력도 병행할 때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려는 수순을 서둘러 밟으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신 장관은 군의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이날 오스틴 장관에게도 이 얘기를 했다. 하지만 오스틴 장관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자고 답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9·19 군사합의 도출에 깊이 관여한 미국은 현행 합의문에 동의했고, 지금도 남북한 긴장 악화 방지 등에 효용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합의 위반을 많이 했다고 해도 그 점은 변치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이 커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선언하는 데 신중한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 국방장관 일행과 만찬을 하며 북한이 “하마스식 기습공격”을 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도 중동 전쟁이 한국 안보에 갖는 함의를 강하게 의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불안감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벽을 높이는 강경한 군사적 대응만 생각해서는 안보 그 자체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신 장관 본인이 SCM 공동성명(5항)에서 동의한 “외교적 노력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고,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합방위태세”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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