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인용' 방송사에 1억4천만 원 과징금 "당황스러워 말 잇지 못할 정도"
13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뉴스데스크 4500만 원, PD수첩 1500만 원
KBS엔 3000만 원, YTN엔 2000만 원, JTBC엔 총 3000만 원 과징금
류희림 위원장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된 정보 유통한다면 범죄행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뉴스데스크>, <PD수첩>에 각각 과징금 4500만 원, 1500만 원 부과를 확정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안형준 MBC 대표이사가 요청한 추가 의견진술을 '새로운 추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추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이동관)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심의위는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 한 KBS <뉴스9>엔 과징금 3000만 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엔 2000만 원, JTBC <뉴스룸>엔 1000만 원이 결정됐다. 뉴스타파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전인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 관련 보도를 한 JTBC <뉴스룸> 방송에 대해서도 2000만 원의 과징금 제재를 확정했다.

과징금 금액 기준을 보면, KBS, MBC 등 지상파 방송 사업자에 대해선 과징금 기준 금액 3000만 원, 방송채널 사업자(JTBC, YTN)에 대해선 기준 금액 2000만 원에서 50%를 감경 혹은 가중할 수 있다. 법정제재 과징금은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로, 방통위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도 10점 감점된다.
과징금 금액 결정에 앞서 각각 방송사에선 조치 내용과 향후 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KBS는 “KBS 뉴스9에서 입장을 표명했고 다시보기 서비스 하단에 공지했다. 발췌 편집이 확인된 부분을 삭제하고 제목을 수정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보도로 보는 시각엔 동의하기 어려우나 사실관계 확인 노력을 더욱 기울이겠다”고 했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뉴스타파측이 제공한 녹취록 원문 내용과 편집 정황 등을 방송했고, PD수첩은 객관성을 유지하고 주장과 반론의 균형 맞추기 위해 노력했으므로 특별한 조치 내용은 없다”며 “뉴스데스크의 경우 전반적 보도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앞으로 인용보도시 더 적극적 확인 취재 과정을 거치겠다. PD수첩은 인용보도에 대한 명확한 제작 원칙을 마련하고 공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JTBC는 “사과방송 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중간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고 추가 조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YTN은 “사과 방송을 하고 입장을 게시했다. 향후 취재과정의 검증 및 출연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과징금 제재 결정 후 “이런 중추적 미디어들이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받는 건 지난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방송사들은 해당 녹취록에 대한 전문 입수 등 조작 여부 확인에 필수적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자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대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자의적 심의 기준이라는 비판에 대해 류 위원장은 △진위확인 과정에 대한 노력 △리포트가 전체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 △진행자, 취재기자가 객관적이고 중립적 과정에서 보도했는 지 △허위조작여부에 대한 의문제기와 당시 야당측의 반론 반영 △녹취록의 어떤 부분을 어떤 분량으로 인용했는 지 △실제 녹취록의 녹음파일을 인용했는 지, 텍스트만 인용했는 지 △녹취록 인용의 전후 맥락 △방송사 소속 라디오 채널에서의 후속 보도 △사과문 발표와 사과 정도 등 사후 조치 △의견진술 과정에서 해명에 대한 진실성과 잘못된 보도에 대한 사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조작된 정보를 유통한다면 범죄행위”라며 “방통심의위의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공적 책임을 진 방송사들이 더욱 자체 심의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을 제외한 야권 추천 위원 2인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심의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의결 과정에 남아 과징금 반대 의견을 낸 윤성옥 위원은 MBC의 과징금 결정에 대해 “유례없이 공영방송의 뉴스에 4500만 원이라는 과징금 제재 결정을 해 당황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라며 “방송사들에 대한 과징금 제재는 정부, 대통령실, 방통위의 가짜뉴스 규제 연장선에 있는 거 아닌가. 방송사 모두를 동일하게 제재한 게 아니라 선택적 제재를 하고 있다. 오늘 위원들이 과징금 제재할 수는 있더라도 언론의 감시, 견제 기능은 영원히 못 막는다”고 지적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퇴장 전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탄핵 위기에 몰려있다. 이동관 위원장이 탄핵당한다면 그 원인제공 50% 이상이 방통심의위의 후안무치한 심의 때문”이라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김만배 녹취록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가지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공영방송에 대해 과징금 제재를 쏟아내고 있는 방통심의위는 이제 사라져야 할 조직으로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이런 부당한 심의를 강행함으로써 위원회의 민간독립기구로서 위상이 무너졌고 심의 공신력도 잃어버렸다. 윤 정부의 언론 탄압을 우려하는 뉴욕타임스 기사에 위원회의 과징금 결정이 언급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심의의 형평성도 무너졌다. 대부분 방송사들이 유사한 보도를 했음에도 특정 방송사들에게만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오늘 결정은 방송 심의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정치 심의이자 편파 심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안형준 MBC 대표이사가 요청한 추가 의견진술은 여권 위원들 만장일치로 거부됐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통신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있고 인터넷 언론은 언론의.자유라는 중복적 가치가 있다. 최소 규제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므로 방송사와 같은 기준을 가질 수 없다”며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분이 기본적 이해도 없이 통신 영역에서의 제재를 근거로 방송 영역의 이의를 제기한 건 한탄스러운 일이다. 기초적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거대 공영방송 MBC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그러니 뉴스타파 같은 공신력 없는 언론에 놀아나서 허위 조작 정보를 한 거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성옥 위원은 “의견진술은 제재 받은 사업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는 절차”라며 “과징금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사업자가 직접 와서 설명해주겠다고 하는 데 특별한 사유 없이 허락해주지 않았다면, 제재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위원회에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왜 이렇게 우리 위원회는 자신이 없나. 이게 정당한 제재라면 충분히 기회를 보장해주면 된다”고 꼬집었다.
김유진 위원도 “과징금이라는 무거운 제재를 받기 전 사업자가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건데, 이에 대해 '이러니까 뉴스타파에 놀아난다'는 식의 방송사와 대표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는 건 위원으로서의 품위에 맞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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