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옛 충남도청사) 건립 7부 능선 넘었다

남상현 기자 2023. 11. 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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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위원회 소위원회 조건부 가결
1960년대 증축 3층 부분 처리에 관심
일제 원형복원 VS 이후 시대상 반영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해 공모해 당선된 신한종합건축사 사무소의 대전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설계안. 1960년 증축된 옛 충남도청사 3층이 조명시설로 밝게 빛나고 있다. 신한종합건축사 사무소 홈페이지 캡쳐. 

옛 충남도청사에 들어설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이하 대전센터)가 건립 1차 관문인 문화재 위원회 심의를 곧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 위원회 근대 문화재분과 소위원회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 제출한 설계 변경안 심의 결과, 일부 시설에 대한 보강을 조건으로 가결했다.

앞으로 열릴 문화재 위원회 본심의에서 설계안이 통과하면 건립이 본격 추진된다.

문화재 위원회 근대 문화재분과는 지난 6월 1차 심의에서 설계안이 '등록문화재 기본적 양식, 구조 및 특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이에 센터 건립 지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10월 개최된 2차 심의에서는 위원 4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구성해 세부사항을 조정한 후 재심의할 것을 결정하고 설계안을 '보류'한 바 있다.

옛 충남도청사 전경. 문화재 위원회 심의가 끝나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이어 '보이는 수장고'인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영태 기자

이에 따라 지난 9일 옛 충남도청 내 회의실에서 소위원회회의가 열렸고 회의록은 10일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는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 구조 보강 방안 마련, 증축 예정인 3층의 마감 방법, 센터 시설 일부 재고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옛 충남도청사의 내부. 중앙계단. 김영태 기자

대전센터 설계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11월 공모 결과 신한종합건축사 사무소가 당선됐다. 설계안은 옛 충남도청사 건물에서 1960년대 증축된 3층은 완전히 철거한 후 새로운 건축물을 수직으로 증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신한건축 측은 "3층은 문화재로 등록된 부분이 아닌 만큼 원형 복원 및 미래 지향 이미지 구현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재 위원회는 제1차 심의에서 3층 철거가 문화재 기본 양식과 구조, 특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위원 11명 전원이 부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는 1960년대 증축된 3층은 단순 물리적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점차 확대되는 충남도 행정업무의 반영, 즉 지역발전과 시대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시설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 옛 충남도청사가 지역 사회에서 상징성과 장소성, 시대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옛 충남도청사 건물 기둥에 있는 등록문화재(제18호) 명패. 김영태 기자

위원회는 또 설계안이 문화재 입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경관 면에서도 이질감이 클 것을 우려했다. 따라서 앞면 변형을 최소화하고 옛 충남도청사의 지역성과 정체성의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계획안을 검토할 것을 명시했다.

옛 충남도청사의 내부 중앙로비. 김영태 기자

또 위원회는 설계안에서 청사 뒤편(중정부) 출입문 주변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 터파기를 하게 될 경우, 문화재 변형이나 훼손이 발생하지 않은 면밀한 구조적 검토와 보강 방안을 주문했다.

옛 충남도청사의 내부 2층에서 내려다 본 현관. 김영태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발표한 설계 공모지침서에서 외부 벽체, 1층 현관과 로비, 중앙계단, 1,2층 복도, 도지사실 등을 보존해 복원할 곳으로 제시했다. 또 미술품 운반과 원활한 주차 공간 활보를 고려한 센터 전용 지하 주차장의 증축도 함께 필수 요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대전센터 담당자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준호 씨(행정지원과)는 "문화재 위원회 일정에 따라 심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심의 통과 및 착공 시점은 말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위원회가 검토한 심의내용에 부합한 설계 변경을 통해 차질 없이 센터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이는 수장고'와 교육·쉼터 기능까지전시 외 다양한 활동 가능한 공간 구성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모습. 국현의 소장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철제 시설 위에 올려놓았다.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는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의 소장품을 보관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술품 전시과 교육 기능도 함께 갖출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청주관의 운영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국현 청주관은 1946년 설립돼 2004년까지 운행되다 이후 방치됐던 5층 규모의 연초제조창 건물을 2년간 개조해 문을 열었다. 기본적으로는 국현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창고 역할이지만 '보이는 수장고'를 표방하기 때문에 소장품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또 건물 일부는 전시장으로도 활용하고 있으며 미술관의 보존수복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국현은 최근 대량기증이 줄을 잇고, 대형작품 수집이 확대되고 있어 작품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장고가 절실한 상태이다. 마침 대전시도 옛 충남도청사가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을 극대화해 구도심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으로 국립 단위의 문화 공간 유치가 필요했다. 이러한 양측의 의도가 맞물려 대전시가 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국현은 대전센터 설계 지침서에서 대전센터는 스마트 박물관 개념을 접목해 관람 동선, 전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전시와 수장 업무가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스마트 개방형 수장고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접근성을 고려해 다양한 장르의 기획 전시공간을 확보, 연 3회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며, 미디어 소장품 상설 전시관을 마련해 약 2년 주기로 작품을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디어 전시관은 단 채널 필름,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소규모 영화관으로 대형 스크린과 부대 장비를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어린이를 비롯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다목적 공간, 미술품 복원을 위한 보존과학실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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