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포탄이 오가도 노래의 힘은 계속된다[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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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시즈오카 국제 오페라 콩쿠르는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콩쿠르로 올해는 전 세계 33개국 271명이 참가했다.
그중에 1위, 2위를 차지한 바리톤 박사무엘과 테너 박지훈은 각각 2019년 국립오페라단콩쿠르 은상, 2023년 대상을 받은 인재들이다.
국립오페라단콩쿠르를 발판 삼아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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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참가자는 이스라엘 출신 테너 다비드 골트 베르그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비행기만 무려 3번을 갈아타 이번 콩쿠르에 참가했다. 심지어 그는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의 곡을 선택했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기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한 선곡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참가자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포탄이 떨어지는 곳을 헤치고 나와 무대에 섰다.
이들의 간절한 노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리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로 보내진 주인공 귀도는 전쟁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려 애썼다.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참가자들에서 귀도가 보였다. 그들의 노래는 오페라가 인간의 마음에 다가와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들의 목소리는 아름다웠지만 여러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폭탄이 터지고 언제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제대로 연습할 시간도,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을 테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성악가들이 석권했다. 그중에 1위, 2위를 차지한 바리톤 박사무엘과 테너 박지훈은 각각 2019년 국립오페라단콩쿠르 은상, 2023년 대상을 받은 인재들이다. 국립오페라단콩쿠르를 발판 삼아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 성악가들이 지금의 훌륭한 결과에 심취하지 않고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성악가들이 보여준 무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예술의 힘을 간절하게 믿는 것, 그것이 그들을 한층 더 성숙한 성악가로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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