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종이빨대 업체 다 망하면, 전부 수입해서 쓸 텐가”
친환경제품 제조 소상공인들 “우리들에겐 생존위기”
환경부의 플라스틱 빨대 규제 철회로 생존의 벼랑에 몰린 종이 빨대를 만드는 소상공인들이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지난 7일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를 강제하지 않는 계도 기간 연장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종이 빨대 생존 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13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생존 대책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규제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이 당연한 듯한 잘못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심어줬다”며 “그 결과 국내에서 종이 빨대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소상공인 업체들의 판로가 끊기고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자원 낭비와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음식점·커피전문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서 1년 간의 계도기간을 설정해, 이 기간에는 사용 금지를 어겨도 과태료(300만원)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계도기간 종료가 23일로 끝나게 되자 환경부는 지난 7일 “소상공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며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성명서와 별도로 낸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2018년부터 종이 빨대를 준비해온 국내 업체들은 1년의 계도 기간 눈물을 머금고 참으며 정부의 정책을 믿고 버텼으나, 정책 시행 2주일 전 환경부는 우리와 어떤 협의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일방적으로 규제철회 및 계도기간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며 “갑작스러운 발표에 하루 아침에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판로가 막힌 종이 빨대 제조업체가 줄도산 하면 환경 산업 전반이 무너지고, 나중에 다시 종이 빨대 사용을 장려하더라도 품질 낮은 수입산 종이 빨대에 의존하게 돼 국민의 건강만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 미래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 줄 수 있도록 종이 빨대를 계속 사용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소비자들의 사용 불편도 이유로 들었다. 협의회는 호소문에서 이런 소비자 불편을 인정하면서도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사용의 우수성이 있어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환경 오염 및 생태계 문제를 줄이기 위한 대체재로 등장한 것”이라며 “종이 빨대의 개선 사항을 보완해 플라스틱 빨대보다 우수한 상품이 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을 우려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 ‘리앤비’의 최광현 대표이사는 “환경부가 지자체 등에 일회용품 안 된다는 지침까지 내려서 ‘이제는 실행단계구나, 다시 번복은 없겠네’라고 환경부 정책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사전에 대량 공급 체계 갖추려고 설비 투자, 원자재 발주하고, 인력 충원하려고 고용노동부 해외근로자 매칭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나 다 소용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종이 빨대 제조업체 ‘누리다온’의 이상훈 이사도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용금지가 본격 시행되는) 11월24일을 목표로 투자를 해 적자를 내며 빚으로 계도기간을 버텨온 상황이었다”며 “3개월 전부터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발표가 나와 도산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상대로 플라스틱 빨대를 소비자가 요청할 때만 제공하고 매장 내 소비자 눈에 보이는 곳에는 종이 빨대만 비치할 것을 권유하는 것을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을 위한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환경부 대책에 대해서 협의회는 “생사의 기로에 내몰린 종이 빨대 업체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계도기간 중지 △판로가 막힌 종이 빨대 재고문제 해결과 판매 촉진 대책 마련 △종이 빨대 업체 줄도산을 막기 위한 금융지원 등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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