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단어시험 경쟁붙은 소년 수용자들…교도소서 수능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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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생 이야기가 아니다.
사상 최초 '소년 수용자 수능 시험반'이다.
이곳에서는 검정고시 시험과 함께 소년 수용자가 수능 준비를 한다.
3일 뒤 수능 시험을 보는 10명의 소년 수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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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과장 "소년 수용자들 잘못 알지만, 다른 길 갈 수 있게 만들어줘야"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애들끼리 단어시험 경쟁이 붙었어요. 원래는 오후 9시가 되면 자라고 하는데, 새벽 1시까지 단어 외우기를 하더라고요"
일반 학생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 징역 2년에서 15년까지 형이 확정된 만 15∼17세 소년들이다.
13일 서울 남부 교도소 안 만델라 소년학교를 찾아가 보니 소년 수용자 10명이 굵직한 창살이 있는 교실에서 진지한 얼굴로 막판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다.
이들은 3일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날인 16일에 옆 강당에서 2024학년도 수능을 보게 된다. 사상 최초 '소년 수용자 수능 시험반'이다.
김종한 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년범들이 수능을 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올해 3월 서울남부교도소에 문을 연 17세 이하 소년 수용자를 위한 교정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검정고시 시험과 함께 소년 수용자가 수능 준비를 한다.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며, 대학생 강사들로부터 수능 과목 지도를 받는다.
김 과장은 "고졸 검정고시를 패스한 10명이 이번에 수능을 보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모두 진지하게 공부한다. 새벽까지 단어를 외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죄를 짓고 형이 확정된 이들에게 수능 공부를 시켜준다는 것이 일종의 특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들의 죄명 또한 성범죄 영상을 찍었다든지 특수강도, 살인 등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김 과장은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된다"며 "다른 방향의 길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사회에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소년 수용자를 위해서는 보통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등 기술교육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김 과장은 "수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만큼 사회의 다른 것들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또 아직 어리지 않나. 공부할 기회도 줘야 한다.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또 사과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창살 있는 교실 안으로 보이는 소년 수용자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푸른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빼고는 일반 수험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수용자들이 운동하러 나간 사이, 들어가서 본 이들의 교실에는 빼곡히 필기한 시험지들이 눈에 띄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 시련을 이겨내고 봄을 맞은 느티나무" 등 시 구절을 해석한 글이 눈에 띄었다.
이들을 가르친 교도소 관계자는 "원래 소문자 B랑 D를 구분 못 하는 친구가 많았는데, 이제는 단어를 스스로 외운다.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이 많았는데 점점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3일 뒤 수능 시험을 보는 10명의 소년 수용자. 이 중 4명은 내년 중 출소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장래 희망이 뭔지를 물어보니 요리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의사 등 다양했다. 이들의 성적은 대부분 높지 않았지만, 최근 본 학력평가에서 영어 모의고사 2등급을 맞은 학생도 있었다.
김 과장은 '피해자가 이들이 수능 공부하는 것을 원할까'라는 질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들은 사회로 나가야 한다. 그 기간 교정과 교화가 되지 않으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오히려 악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도관 생활 33년을 하면서 느낀 것은 교도소에서 한번 만난 소년 수용자들이 대다수 재범을 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범죄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024학년도 수능에서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응시생 10명을 지원하기 위해 수능 시험장을 설치하고, 수능 응시 수수료 전액을 지원했다.
또한 시험 감독관과 관리 요원 등 인력도 파견한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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