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풀린 巨野에 `민생 실종`… 경제활성화 법안 표류
與는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불
이동관 탄핵 추진엔 헌법 소원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 불투명
여야의 극단적 정쟁에 민생이 실종되고 있다. 야당은 탄핵과 법안 강행처리를 남발하고 있고, 정부 여당은 이를 견제하기에 급급하다. 특히 야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까지 예고돼 있다. 민생 정책 경쟁을 약속하며 맺은 여야 간 신사협정이 3주도 안 돼 '이전투구'로 회귀한 셈이다. 그 여파로 민생과 직결된 법안은 표류하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과 정경희 원내부대표는 13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하는 것을 제지하려는 목적이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김 의장이 탄핵소추안 철회를 수리한 것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본회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철회 수리는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서에선 탄핵소추안 철회 수리의 효력을 정지하고, 정기국회 기간 동일한 탄핵안의 발의 접수 및 본회의 보고·상정·표결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오는 30일 탄핵 재추진을 계획한 민주당은 국회법 제90조 2항에 의거해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안에는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을 처리할 때, 동의를 받아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9일 본회의에선 탄핵안이 공지만 됐을 뿐 의제가 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국회 의사국도 이 위원장의 탄핵안이 '의제가 되지 않은 의안'으로 판단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헌재에서 가처분 신청 인용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파행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산안 처리도 난항이 예산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17일 소위원회에서 예산 감액 심사를 하고 20~24일에는 증액 심사를 한 뒤 30일 전체 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다. 3년 연속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2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지난 9일 강행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을 둘러싼 쟁투도 지속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법안이 아직 정부로 넘어오지 않은 것 같다"며 "(노란봉투법 관련) 기본 원칙도 있고, 해당 부처의 의견이나 관련 단체 의견을 잘 수렴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거부권 움직임에 맞서 노란봉투법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같은 여야 정쟁의 여파로 국회에 오랜 시간 계류된 민생법안 처리도 불투명해 보인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1만7440건이다. 이 중 개정 필요성에 이견이 없는 법안들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다.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주최자가 없는 행사 사고의 책임을 명시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정당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첨단산업 지원과 경제관련 법안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미래자동차 육성 특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드론이나 로봇이 택배 등을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물류 서비스 산업 발전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다. 당초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처리됐야 할 법안들이다.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나라 살림을 위한 국가 예산이 바로 '민생'"이라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방탄 탄핵을 철회하고 부디 민생 회복과 경제 발전을 위한 입법과 예산안 마련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언제 민생에 발목을 잡았는지 국민의힘에선 구체적으로 말조차 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민생을 내치고 방탄정당으로 가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맞섰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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