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모임 `원칙과 상식` 곧 출범… 이재명 대표 사퇴 압박 거세질듯

여당이 '중진 험지 출마론' 등을 내세우며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자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 일부 의원들도 이재명 대표를 향해 '혁신' 압박에 나섰다. 비명계 의원들은 '원칙과 상식(가칭)'이라는 모임을 출범하기로 하고 이 대표의 사퇴 촉구 등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친명 일색의 총선기획단을 구성하자 비명계는 '친명 공천기획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이원욱 의원 등은 공개 석상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친명 공천' 우려를 종식하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당내에서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은 비명계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범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도 국민의힘과 혁신 경쟁에서 민주당이 밀리고 있다며 이 대표 등 지도부의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친명계는 불편한 기색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날 본지에 "큰 영향력은 없겠지만 계속해서 당대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자들도 불안해할 것"이라며 "총선에서는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이 '분열의 민주당'을 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는 '총선 물갈이론' 때문에 비명계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혁신하라'고 외치면서 흔들고 있는데 이 대표를 흔들 이유가 없다"며 "그렇다면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단체 행동을 해야 메시지를 주고 (지도부와) 협상이 가능하다. 그들의 존재감도 높일 수 있어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이 사실상 어려우니 최상을 기대하며 최악에 대비하려고 하는 일종의 '준비 모임'"이라며 "수도 적어 세력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지지 기반도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던 이낙연 전 대표가 합류할 경우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가 합류하면 이 대표에게 오히려 힘을 더 실어주게 된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정몽준-노무현 단일화 사례를 언급하며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힘을 더 실었다. (이 전 대표가 비명계 세력화에 참여한다면) 국민은 그 대가로 오히려 이 대표를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