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병원 못 가”...5일 연속 운항 통제된 백령 주민들

이현준 기자 2023. 11. 13. 17: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운항 통제로 한산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뉴시스

“배가 안 떠 오갈 수가 없으니 불편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인천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 장모(71)씨는 “육지에서 집안 대소사가 있어도 참석하지 못 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다시마 종묘를 키워 남해 쪽에 공급해 줘야 하는데, 배가 안 떠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가 갈수록 기상 악화로 인천~백령 간 배가 통제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며 “이것도 이상 기후의 영향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인천과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연결하는 여객선 운항이 이달 들어 잇따라 기상 악화로 통제되면서 섬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13일 인천항만공사 연안여객터미널 등에 따르면 인천~백령 간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건 이달 들어 총 9일이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는 5일 연속 배가 뜨지 못했다. 강한 바람으로 풍랑주의보 등이 내려져 운항이 통제된 것이다.

터미널 관계자는 “요즘 시기라면 이틀에서 사흘 정도 연속해서 통제되는 게 보통인데, 닷새 연속 통제되는 건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백령 간 여객선은 백령도 4900여명, 대청도 1200여명, 소청도 200여명 등 총 5300여명이 육지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겨울철로 접어들면 강한 바람 탓에 통제되는 경우가 많아 섬 주민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섬 주민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형 여객선 도입, 백령공항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인천 옹진군은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1600t급 1척, 534t급 1척)보다 큰 2000t급 대형 여객선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배가 대형화 하면 기상의 영향을 덜 받아 주민 불편 해소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옹진군은 현재 선사를 찾기 위한 공모를 진행 중인데, 선사 선정과 선박 확보 등에 시간이 필요해 1~2년 안에는 운항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백령면 진촌리 2369-3 일원, 25만4000㎡ 부지에 200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백령공항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기본계획 수립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중으로, 빨라야 2025년 착공이 예상된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겨울철이 되면 배가 통제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제때 화물을 내보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많다”며 “주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대형 여객선이든, 비행기든 빨리 이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