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K리그에 있었다면 뛰었을까?” 클린스만 감독, 예시가 적절하지 않았다

김환 기자 2023. 11.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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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환]


어린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기회를 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싱가포르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후 대표팀은 중국 선전으로 넘어가 중국을 상대한다.


클린스만호의 분위기는 좋다. 지난 10월 열린 두 차례의 A매치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4-0 승리, 베트남을 상대로 6-0 승리를 거두며 2경기 10득점 0실점이라는 기록과 함께 연승행진을 달렸다. 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도 다득점과 무실점에 대해서는 확실한 칭찬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클린스만호는 이 분위기를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싱가포르와 중국은 한국에 비해 전력 면에서 약체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싱가포르전을 앞두고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사례를 언급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디어 간담회 도중 내년에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변화가 필요한 포지션을 두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현재 대표팀의 풀백들은 30대인 김진수, 이기제, 김태환이 주축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풀백 포지션에서 유일한 20대는 1998년생 설영우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알 칼리즈)에서 박용우로 바뀌긴 했으나, 박용우 역시 1993년생으로 30대다.


이 점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컵 현장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많이 지켜봤다. 부임 후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 중에서도 어떤 어린 선수들이 있는지 보기 위해 노력했고,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는 우리도 고민하는 포지션이다. 포지션마다 최소 세 명의 명단이 있다. 현재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하차했을 때 어떤 선수를 발탁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후보군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사단도 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해 교체할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어 “풀백들의 나이가 많다. 하지만 이기제, 김진수, 김태환은 모두 지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설영우는 아직 어리고,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도 우리는 변화를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포지션은 우리도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고, 변화를 언제 줘야 하는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국가대표팀을 책임질 만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싶지만 선수들이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로서 이런 고민은 행복하다. 지난 U-20 월드컵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그 선수들이 지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이 좋은 팀으로 이적하기는 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K리그에서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 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K리그 팀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 점을 지적하기 위해 예로 든 선수는 다름아닌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K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유럽에서 데뷔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이 돋보였던 이강인은 22세의 나이에 이미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과연 18세의 이강인 선수가 K리그에 있었다면 많은 경기에 뛸 수 있었을지, 기회를 받았을지 묻고 싶다. 스페인에서 뛰었기 때문에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내 경기를 보면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재능 넘치는 이강인조차 K리그에서 뛰었다면 기회가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꺼낸 예시는 적절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지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재능을 인정받은 케이스였다. 그러나 그런 이강인도 발렌시아 내 주전 경쟁에서 힘들어했다. 마요르카로 이적한 첫 시즌이었던 2021-22시즌에도 이강인은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이 되어서야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이강인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파리 생제르맹(PSG)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유망주 육성 능력이 뛰어난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주드 벨링엄의 이름을 언급했다. 하지만 벨링엄은 굉장히 특별한 케이스다. 18세의 나이에 도르트문트에 입단해 주전으로 자리잡고, 20세에 세계 최고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월드 클래스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그런 선수가 기회를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K리그 팀들이 젊은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K리그는 현재 U-22 의무출전제도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들도 많았지만, 현재 셀틱에서 뛰고 있는 오현규나 양현준처럼 재능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엄지성(광주FC)이나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등 주전으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체자가 필요한 포지션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들은 설득력을 갖기에 힘들어 보인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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