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로 간 '이동관 탄핵소추안'...여야, 누구 말이 맞을까

박상곤 기자, 박소연 기자 2023. 11.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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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차장검사 등 총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2023.1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3일 여야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정국이 국회법 해석 논쟁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을 9일 본회의에 보고한 지 하루 만에 철회하고 재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이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를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동시에 이번 정기국회 내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일사부재의(국회에서 한번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하지 못하는 것) 원칙'에 따라 철회하거나 재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국회 사무처(의사국)는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이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회 및 재추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탄핵소추안은 보고된 시점부터 효력" vs "보고는 보고, 상정 아냐"


쟁점은 지난 9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이 '일사부재의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국회법 제92조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지난 9일 본회의에 올라온 탄핵안 보고를 의제로 볼 수 있냐는 점이다.

민주당과 국회 의사국은 탄핵안이 보고만 됐을 뿐, 정식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을 철회할 때에는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국회법 제90조2항도 적용받지 않아 탄핵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의장실과 의사국 등에 따르면 의사국은 탄핵안 보고 자체를 의제가 되기 전 공지 행위로 해석했다. 9일 본회의에서 정명호 의사국장이 탄핵안이 발의됐다고 밝힌 행위는 단순 '공지'로, 아직 의제로 성립되기 전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상정이 되지 않은 탄핵안은 본회의 동의 없이도 철회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의사국은 1994년 제14대 국회 당시 이병태 국방부 장관 해임 건의가 본회의에 보고된 후 철회된 전례를 들었다.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그때(1994년)도 이병태 국방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는데 김일성 주석이 그다음 날 사망해 철회했다"며 "의안 상정은 (양당) 원내대표들이 합의로 공식적으로 상정이 돼야한다. 국회에서 보고는 상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09.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순간 이미 의제로서 효력을 가졌다고 해석한다. 이에 탄핵안은 지난 9일 본회의 이후 폐기됐고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정기 국회 내 같은 탄핵안을 재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탄핵소추나 해임건의안은 보고된 후 72시간이 지나 폐기되기 때문에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기국회 내에 해당 안건을 다시 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수용한 것에 대해 "(국회에서) 탄핵안 철회 요청을 받아들인 건 우리 권한을 침해했기 때문에 무효"라며 "일사부재의 원칙이란 의회민주주의 근간이다. 이러한 무도한 탄핵안을 어떻게든 통과시키기 위해 일사부재의 원칙 근간 흔든다면 역사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과 의사국이 전례로 든 1994년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철회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김일성 사망 등 국가안보에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법으로 돌아가 법의 해석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동관 탄핵안 '2라운드'는 헌법재판소…"유권 해석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

민주당의 이번 탄핵안 철회 및 재추진이 적법한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the300과 통화에서 "탄핵소추안은 보고된 이후부터 바로 시간 카운팅에 들어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게 돼 있다"며 "국회의장에 의해 상정이 됐을 때 시간 계산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별도의 상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민주당의 시선이)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사례로 들고 있는) 이병태 국방부 장관의 경우는 해임건의안이었지 탄핵소추안이 아니다. (이번 철회는) 탄핵소추안의 특수성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법안이 폐기된 것은 부결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부결의 경우 심의와 표결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재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폐기된 경우는 심의와 표결이 없었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탄핵소추안 철회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 대상이 되는지도 회의적"이라며 "일사부재의는 국회법상 제도이지 헌법상 제도가 아니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안건이 제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안건이 제출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를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공은 헌법재판소에 넘어갔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를 찾아 탄핵안이 철회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본회의 심의 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또 민주당의 탄핵안 재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 내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도 동시에 제출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이날 머니투데이 the300에 "국회의 유권해석을 국회 사무처에서 하는 건 맞지만 그러한 유권 해석이 맞는지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라며 "(이번 탄핵안 철회 및 재추진은)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큰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을 하면 신문 기일이 잡힌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재발의하겠다는 오는 30일 본회의 이전에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정경희 원내부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재추진 관련 탄핵안 철회를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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