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먼지 쌓인 尹정부 노동개혁 과제 '급물살'
고용부 '노사정 합의'로 근로시간 개편...대통령실 "복귀 기대"
尹정부 노동개혁 급물살 타나...상생임금위부터 정년연장 논의까지
이정식 장관 "한국노총 복귀 결정 환영...변화와 혁신 미룰 수 없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사회적 대화 단절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물꼬가 트였다. 지난 6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던 한국노총이 5개월 만에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으로 그간 논의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갔던 노동개혁 과제들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13일 성명을 통해 “사회적 대화 복귀에 대한 대통령실의 요청에 대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음을 밝힌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에 반발하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한국노총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책임져온 노동계 대표 조직”이라며 “한국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 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노동계와 민주당과의 입법연대가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일각에선 한국노총의 강경노선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광양제철소 하청업체에 대한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 요구하다 구속된 금속노련 간부가 지난 3일 보석으로 풀려났고, 지난 7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가 개최한 체육행사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노동개혁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이날 고용부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게 유연화하는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제도를 개선할 땐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만 이 차관이 해당 입장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정부가 장담하는 사회적 대화 가능성을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고용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향 발표 이후 대통령실에서 근로시간 제도개편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한 만큼 노사와 충분한 대화하겠다며 한국노총의 복귀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지난 6월 이후 강대강으로 치닫았던 노정관계가 한 순간 해소됐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통령실 발표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자대회에서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사회적 대화 복귀 전제 조건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봤다.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에 따라 근로시간 제도개편안 뿐 아니라 그간 진도를 빼지 못했던 노동개혁 과제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안에 상생임금위원회가 실시한 원·하청 간 임금 격차 원인 분석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른 권고문 발표도 나올 수 있다. 상생임금위원회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지난 2월 정부가 발족한 논의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연구회가 지난 7월 발족한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도 한국노총이 참여할 경우 계속고용(재고용)이 아닌 정년연장 제도로 선회해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결정에 대해 “그간 사회적 대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온 노동계 대표 조직인 한국노총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변화와 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시대적·국민적 요구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노사정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경사노위도 “한국노총이 근로시간 등 시급한 노동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적극 논의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노사정이 함께 만나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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