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넥타이' 맨 韓美국방장관 "북한은 공동위협"
피로 맺은 동맹 의미 와인색
태극기·성조기 자수도 새겨
美 핵전력·정찰자산 지원
韓 요격무기 실시간 활용
북핵 대응 연합훈련 진행도
9·19 군사합의 거론됐지만
오스틴 "추후 협의" 말아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양국 국기가 새겨진 짙은 와인색 넥타이를 나란히 매고 등장했다. 신 장관은 회의에 앞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끈끈한 결속력을 상징하는 넥타이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직접 '혈맹 타이(blood alliance tie)'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행사 때 '혈맹 타이'를 매자는 신 장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국 국방장관은 제55차 SCM을 열고 북한을 명백한 '공동 위협'으로 규정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동맹 차원의 탐지·추적과 군사적 대응훈련 등 대북 억제 수단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신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번 SCM을 통해 2019년 이후 4년 만에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승인했다. 한미는 한반도 대화 국면의 불씨가 살아 있던 2019년과 달리 이번에는 한반도의 안보 위협 주체로 '북한'을 명시했다. 양국 장관은 국방비전 문서에 "지속적인 확장 억제 강화 노력을 통해 북한을 포함한 역내 적대적 행위자들의 전략적 공격과 침략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양국 장관은 또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한 억제 능력의 완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지원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핵공격이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H가 한반도에 전개·착륙했을 때 한국 공중전력이 이를 엄호했던 것처럼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 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이 효과적으로 결합되는 방식으로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해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한국 군은 육해상에서 운용 중인 레이더로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곡률 특성상 발사 및 탄착 시점에 탐지가 어려운 '음영 구역'이 발생한다. 현재 한국 군은 자체 조기경보위성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입은 2030년대 중반쯤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도 약 3만6000㎞ 상공에서 운용돼 지형·장애물의 구애를 받지 않는 미국 조기경보위성의 정보는 한국 군의 대북 감시 역량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미가 연합연습 시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훈련 시나리오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끄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당장 내년 3월쯤 실시될 상반기 연합연습부터 북한의 핵 사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적용하기 위한 실무적 준비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양국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신 장관이 적극적으로 '효력 정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9·19 군사합의는 SCM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신 장관이 오스틴 장관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양국 장관은 본회의에 앞서 올해 70년을 맞아 한층 강화된 한미동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올 한 해 이를 경축하는 행사와 함께 동맹 수준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한미 정상 간 워싱턴선언을 통해 양국 간 최초로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하는 등 확장 억제 실행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함께 모든 도전을 극복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능하며 상호 운용 가능한 동맹을 구축해 왔다"고 화답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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