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겨 멈춘 인큐베이터 … 미숙아 심장도 멈췄다
알루미늄 포일로 체온 올려
의료진 아기 살리려 고군분투
간호사 3명 폭격에 숨져
시신들 방치…전염병 우려
이-하마스, 책임 떠넘기기
연료와 의약품 공급이 차단된 채 사흘째 폭격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 '알시파 병원'이 폐쇄됐다. 전기가 끊기면서 인큐베이터가 꺼져 상태가 위중한 신생아들이 사망했고, 의료진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 폭격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본인의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이 더 이상 병원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한 피난처여야 할 병원들이 죽음과 파괴, 절망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인 알쿠드스 병원이 운영을 멈췄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측 가자 보건부는 이날 "북부 병원이 모두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료 공급이 차단돼 병원 전체에 전기가 나갔고, 비상발전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시가전 개시 이후 의약품은 물론 물과 식품 공급도 끊겼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등 가자지구 주요 병원에 하마스 군사 시설이 숨겨져 있다고 보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하마스도 이에 대응하면서 병원 안팎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 시스템이 마비된 병원에서는 희생자가 줄줄이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연료가 바닥난 알시파 병원에서는 11일 인큐베이터가 꺼졌고, 미숙아 2명과 신생아 3명 등 총 5명이 사망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36명이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알시파 병원장은 현지 매체 알아라비야에 "꺼진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들을 꺼내 알루미늄 포일에 싼 후 뜨거운 물 옆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온도 조절을 돕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의료진은 또 신생아 39명을 일반 병실로 옮기고, 마지막 남은 전력을 투입해 온도를 높이고 있다.
다른 환자들도 재앙적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수술실이 폐쇄돼 중환자들은 응급처치만 받고 있고, 계속되는 전투로 밖에 나갈 수 없어 시신들도 실내에 방치되고 있다. 시신들이 이미 부패하고 있어 전염병마저 우려된다.
당장 의료진 목숨도 위태롭다. OCHA에 따르면 이날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 3명이 병원 주변 폭격으로 사망했다.
끔찍한 참사 속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쁘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등 병원에 하마스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하마스가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려는 주민들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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