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자 4대 레드라인' … 네타냐후는 마이웨이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1.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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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美정부 원칙 공개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 강제이주 금지 등
이·팔 '두 국가 해법' 지지
가자병원 총격전에 우려표명
네타냐후 "가자 포기 못해"
美방송 잇단 출연해 여론전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점령은 불가하다"면서 넘어서는 안 될 '4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1만1000명을 넘어서며 인도적 우려와 분노한 중동발 확전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고, 미국은 자제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안보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 전후 통제권을 갖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미래상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 주민 외부로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 세력 거점으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지구 영토 축소 불가 등 미국 정부의 네 가지 기본 원칙을 소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리더십에 따라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지금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서안지구 지도부"라고 확실히 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도자를 포함한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미국이 그 과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이 현재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를 축출하고 나면 PA가 서안지구에 이어 가자지구까지 통치하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 투표, 자결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장기적 통치 체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하고 나면 가자지구 안보를 직접 책임지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통제권을 PA에 넘기면 극단주의자들이 다시 득세해 테러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CNN, NBC와 릴레이 인터뷰를 하고 "가자지구 통제권을 PA에 넘길 수 없다"면서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PA가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밀려 요르단강 서안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기에 전폭적으로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했지만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의 과도한 가자지구 시가전에 신중론을 피력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하마스가 병원과 같은 민간시설을 지휘통제소나 무기 보관창고로 사용하고 있다"며 전쟁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병원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총격전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과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알시파, 알쿠드스 두 병원이 연료 부족과 총격 피해로 인해 이날부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의료 참사를 초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러한 병원 상황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인질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확전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0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당시 통화에 대해 "오스틴 장관이 분쟁을 가자지구 내로 억제하고 지역적 확대를 피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자극해서 전면전 명분을 주는 것을 우려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갈란트 장관은 "레바논과 제2 전선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지난주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을 레바논으로 급파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경고를 헤즈볼라에 전달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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