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편법 쌈짓돈 차단" 탄소배출권 취소기준 완화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3. 11. 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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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배출권 팔아 불로소득
가격 하락하는 등 시장 혼란
환경부, 배출권 회수 늘리기로

환경부가 기업들에 무상으로 할당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쉽게 회수하고, 돈을 내야만 할당받는 배출권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 거래제와 할당제를 도입했지만 기업들이 공짜로 얻은 배출권을 팔아 가외소득을 챙기는 등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13일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에 발표할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에 이 같은 내용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무상으로 할당한 배출권을 '할당 취소'하는 기준을 지금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현재 90% 수준인 무상 할당 배출권 비중을 낮추는 방안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2015년에 도입됐는데, 기업·시설에 일정량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덜 배출한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판매할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는 배출권 할당과 거래제로 인한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시설별 할당된 배출권의 90%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남은 배출권은 이듬해로 이월이 가능하다.

무상 할당된 배출권은 취소될 수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의 50% 이하로 감소하면 감소된 양만큼 배출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문제는 배정된 배출권 할당량이 많은 데다 '할당량의 50%'라는 취소 기준이 너무 낮아 기업들이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거둔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미미한 데 비해 기업들은 남아도는 무상 배출권으로 쌈짓돈을 챙기는 셈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21년 산업계는 배출권 3800만t을 팔아 약 85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반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5450만t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불황을 겪은 2020년(4850만t)을 제외하곤 2021년까지 줄곧 5000만t 이상을 기록하는 등 제자리걸음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당 취소 기준을 상향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할당량 대비 배출량이 전년보다 15% 이상 줄어드는 게 2년 연속이면 할당을 취소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90대10 수준인 무상·유상 할당 비율도 조절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상 할당 비중이 높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은 해외와 비교해 과도하게 낮다. 최근 EU 역내 배출권 가격은 t당 약 82유로(11만원)이지만 한국은 1만원에 불과하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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