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ESG는 사치…ETF 자금 썰물
최근 한달 수익 모두 마이너스
고금리·고물가에 ESG는 뒷전
해외서 친환경 정책 후순위로
기업도 관련 투자늘릴 여력 뚝
고금리 기조와 전쟁의 영향으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투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ETF 수익률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ESG가 밀려나고 있어 ESG 관련 투자의 인기가 식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3개월(8월 14일~11월 13일) 동안 국내 주식형 ESG ETF 12종에서는 총 약 109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투자금이 늘어난 ETF는 'KODEX 200ESG'와 'WOORI AI ESG액티브' 2개뿐이었다.
12종 중 순자산총액이 2171억원으로 가장 많은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상품에서는 이 기간 약 27억원이 빠져나갔다. 가치투자로서 장기 보유에 적합한 상품임에도 올해 초에 비해서는 무려 123억원의 자금이 줄었다. 최근 3개월 동안 'ARIRANG ESG가치주액티브'와 'TIGER KEDI혁신기업ESG30'에서도 각각 32억원과 41억원 줄어들었다.
ESG ETF의 거래량 자체도 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 ETF 12종 중 지난달 13일 이후 최근 한 달 동안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상품의 거래대금은 약 62억원이었다.
이는 다른 테마 ETF의 거래대금에 비해 1~2%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TIGER 2차전지소재Fn'에는 1조원 이상, 'KODEX 반도체'에는 3600억원 이상의 거래대금이 몰렸다. 게다가 ESG ETF 12종 중에는 한 달 동안 거래대금이 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상품도 2개로 집계됐다.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경제 불안정성이 커지자 ESG 같은 비재무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친환경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에 힘쓰려면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데 불황 속에서 ESG에 투자할 기업들의 여력도 크지 않다.
게다가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ESG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당초 2025년 도입할 예정이었던 ESG 공시 의무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 움직임은 다른 주요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은 지난 9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뤘다. 미국은 지난해 말 모든 상장사에 적용되는 기후정보 공시 기준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최종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ESG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자 ESG ETF 수익률까지 저조하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SG ETF 12종 모두 최근 한 달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로 기간을 넓혀 봐도 양의 수익률을 낸 상품은 단 1개뿐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약 -6.5%)보다 하락폭이 컸던 상품은 4개에 달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물 순환 등 친환경을 테마로 한 ETF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5개년 최저점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ETF들이 이익 성장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PER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며 "친환경 종목의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을 고려해 ESG ETF를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올해처럼 금리가 급등한 직후에는 대형주와 성장주가 유리했고, 이는 ESG ETF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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