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과 '상주음악가' 조성진의 환상적 하모니

박민주 기자 2023. 11. 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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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내년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음악가로 임명된다.

조성진과 베를린필의 인연은 2017년 피아니스트 랑랑이 급작스럽게 공연에 불참하면서 시작됐다.

2020년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 온라인 공연, 올해 페트렌코와의 내한 공연에 이어 조성진이 내년 베를린필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이들의 호흡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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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인 최초 임명 앞두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등
예술의전당서 완벽 협연 펼쳐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빈체로
[서울경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내년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음악가로 임명된다. 기쁜 소식과 함께 이들이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친 공연은 이미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이날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베를린 필은 그의 세부적인 지휘 아래 잘 짜여진 연주를 선보였다. 앞서 11일 베를린 필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29번과 알반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 바 있다. 조성진과 협연곡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이 선정됐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빈체로

조성진은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독주와 함께 무대의 막을 올렸다. 이윽고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가며 평온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섬세한 대화의 장이 필요한 1악장에서 조성진의 터치는 간결했고 단단했다. 페트렌코는 이따금 조성진과 눈을 맞추며 오케스트라의 완급을 조절했다. 서정적인 분위기로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가 두드러진 2악장에 이어 피날레로 갈수록 조성진과 베를린필의 조화는 무르익은 듯 흘러갔다. 정확한 스타카토와 트릴, 추진력을 얻어 부드럽게 뻗어가지만 지나치지 않은 에너지가 결합한 끝에 조성진과 베를린 필의 재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조성진은 이어 앙코르곡으로 리스트의 순례의 해 ‘이탈리아’ 속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을 들려줬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빈체로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이 오롯이 이끌어 간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는 자신감이 넘치는 연주로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영화 음악 같기도 한 음악 속에서 영웅은 화려하게 변모했다. 악장 다이신 카시모토가 애수 깃든 바이올린 독주로 영웅의 사랑을 노래하는 한편, 트럼펫 연주자들이 무대 뒤편으로 이동해 오케스트라를 향해 전장의 시작을 선포하는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관중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빈체로

이날 2시간에 걸친 협연은 국내 스타 피아니스트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조성진과 베를린필의 인연은 2017년 피아니스트 랑랑이 급작스럽게 공연에 불참하면서 시작됐다. 세계 무대에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로 떠오르던 조성진은 당시 무대에 대타로 나섰고 호평을 받았다.

2020년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 온라인 공연, 올해 페트렌코와의 내한 공연에 이어 조성진이 내년 베를린필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 이들의 호흡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 최초이자 2008년 일본 출신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쓰코에 이어 아시아의 두 번째 기록이다.

10일 베를린 필 기자간담회에서 안드레아 지츠만 베를린필 대표는 “조성진이 2024~2025년 시즌까지 1~2개 협주곡을 소화하고 다양한 실내악 프로그램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0여 명의 젊은 음악가와 교류하는 ‘카라얀 아카데미’에도 참여한다. 지츠만 대표는 조성진을 선정한 이유로 “베를린 필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매우 직관적인 음악가”고 설명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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