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촉법이에요 ㅎㅎ"… 피해자 눈물 언제쯤 마를까

이지안(cup@mk.co.kr) 2023. 11.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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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4세 미만 촉법소년 범죄
작년 1만6435명 5년새 2배
점점 잔인하고 흉포해져도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만
개정안 국회 발의됐지만
각계 의견 충돌로 지지부진

청소년 범죄 처벌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일부 청소년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인천에서 여중생을 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뒤 협박한 10대 청소년 6명이 공동폭행, 협박,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3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해 검찰로 송치되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됐다.

피해 학생 부모가 가해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이들은 "저희 촉법이라 형사처벌 안 받고 보호처분만 받아요ㅎㅎ"라고 답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령상 만 10~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고, 경찰에서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넘긴 후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는 중1, 초등학교 5학년 2명을 또래 학생 20여 명이 둘러싸고 집단으로 폭행하며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 대부분이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촉법소년들이 벌이는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 유형별 촉법소년 현황에 따르면 국내 촉법소년은 2018년 7364명에서 지난해 1만6435명으로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절도와 폭력 등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죄목을 보면 절도(7874명), 폭력(4075명) 비중이 전체의 70%를 웃도는 수준이다. 강간·추행(557명), 방화(58명), 강도(1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촉법소년 기준이 되는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지는 오래다. 직장인 이 모씨(61)는 "천안 집단폭행 사건을 접하고 화를 참을 수 없었다"며 "초등학생 고학년만 돼도 잘잘못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인데 단순히 어리다고 해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국회에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법안이 8건 발의됐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조정하자는 법안을 내놨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그러나 각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제자리걸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국제 인권 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에 반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역시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모든 소년범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 연령을 하향 조정한다고 해서 모두 형법으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흉악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로만 한정하자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이전과 같이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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