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홀릭 父子 '별다방' 입사동기 됐다
아버지는 '투잡러' 바리스타
아들은 대학재학 중 공채합격
2㎞ 떨어진 지점서 각각 근무
부자지간 커피라는 공통분모
집에서도 하루종일 커피얘기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 생겨
스타벅스 김포마산역점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안중용 씨(59)는 아들과 함께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다. 안씨는 별도의 사업을 운영하지만 외아들 안성우 씨(20)와 함께 이번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스타벅스 바리스타에 합격해 '투잡러'가 됐다. 아들이 근무하는 지점은 스타벅스 김포구래DT점. 직선거리로 2㎞가량 떨어져 있지만 부자(父子)는 집으로 돌아와 쉴 때면 커피 얘기로 하루가 가는 줄 모른다. 매일경제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별다방점에서 최근 안씨 부자를 만났다. 이들은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탄생한 부자 바리스타다.
아들 안성우 씨는 "아버지와 같은 업종에서 일하며 공감대가 생기고 서로 피드백을 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면서 "동료 바리스타와 한 얘기를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나누는데 대화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아들은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버지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공감대를 쌓았지만, 아버지는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에게 바리스타 지원을 권유했다고 한다. 아버지 안중용 씨는 "아들이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응대를 잘해서 팁으로 1만원을 받고 행복해했다"면서 "내 아들이지만 반듯하게 컸구나 생각하고 신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아들이 커리어를 제대로 만들어갈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해 기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중용 씨는 역설적으로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며 아들에 대한 집착을 놓았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커피라는 돌다리가 생기면서 서로를 독립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안중용 씨는 "알게 모르게 한국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집착을 하는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다른 바리스타 얘기를 하면서 서로의 삶을 더욱 존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타벅스 바리스타 지원을 앞두고 두 사람은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면접 준비도 함께 했다. 아버지는 마치 함께 산을 오르는 셰르파처럼 아들에게 사회생활의 문법을 공유했고 아들로부터는 매장에서 같이 일할 젊은 바리스타들의 생각을 배웠다. 두 사람은 비록 부자지간이지만 한쪽이 다른 쪽을 가르치기보다 같은 목표를 보며 동행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이해가 깊어졌다고 전했다.
안중용 씨는 "요새 운전을 배울 때 스스로 배우다 보니 거칠게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외국은 부모가 운전을 가르친다. 옆에서 직접 운전하는 법을 가르치듯 바리스타로 일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우 씨 또한 "스타벅스 첫 부자 바리스타라는 것도 영광이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면서 "아버지와 나의 삶에 기둥 같은 기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궁금해서 물었다. 아들 안성우 씨는 "지금은 일단 베이직 교육과정을 잘 완수해 한 사람의 떳떳한 바리스타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안중용 씨는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습관에 젖어 족쇄가 되곤 한다. 타성을 최대한 희석할 수 있도록 젊은 친구들에게 최대한 많이 배워나갈 것"이라면서 웃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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