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끌더니 근로시간 개편 맹탕, 이래서 노동개혁 되겠나 [사설]
고용노동부가 13일 내놓은 '노동시간 개편 방향'의 내용이 맹탕이다. 지난 3월 내놓은 개편안을 보완하겠다고 8개월을 끌더니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담지 못했다. 기껏 내놓은 게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노사정 합의로 추진하겠다"는 극히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다.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한 게 지난해 7월부터다. 1년4개월을 궁리한 결과가 겨우 이 정도라니, 도대체 뭘 한 건가.
현행 주 52시간제는 너무나 경직적이고 획일적이다. 단 한 주라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면 불법이 된다. 이를 유연화해 일이 몰리는 주에는 5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일이 없는 주에는 그만큼 더 쉬자는 게 근로시간 개편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노사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을 하라고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고용부의 맹탕 개편안은 정부의 존재 이유를 저버린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한 건 내년 총선에서 표를 잃을까 봐 겁이 나서일 것이다. 정부의 당초 개편안에 따르면 일이 몰리는 주는 최대 64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그 대신 주 52시간을 초과한 12시간만큼은 일이 없을 때 더 쉬게 된다. 그런데도 일부 세력은 '주 64시간 장시간 근로제'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여기에 현혹된 일부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여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맹탕 개편안은 정부가 가짜뉴스에 굴복했다는 증거다.
이래서야 정부가 어떻게 노동시장 개혁을 하겠나 싶다. 정규직 철밥통을 깨고 연공제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개혁은 근로시간 개편보다 훨씬 어렵다. 대기업 정규직은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연차만 쌓이면 급여가 올라간다. 일한 성과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이다. 대기업은 그 비용을 하도급 업체와 비정규직에게 전가한다. 이들은 성과보다 더 낮은 급여를 받고 더 쉽게 해고된다. 이런 불공정을 깨는 게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다. 근로시간 개편조차 못 하는 정부가 과연 노동개혁을 해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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