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침공 땐 AI반도체 비상 … 공급처 다양화 서둘러야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11.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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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I 주최 '제16회 세계정책콘퍼런스'
파운드리 90% 점유한 TSMC
생산차질로 공급망 마비 우려
위험 분산 최대 5년 걸릴 것
세계 각국 경쟁력 확보 기회
유럽 노광장비·日 소재처럼
각국 역량 차별화 힘쓸 필요

◆ 세계정책콘퍼런스 ◆

지난 3~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 '지정학적 트렌드와 반도체' 세션에 폴 부드르 전 소이텍 최고경영자, 헬무트 가셀 전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경영이사회 위원, 막스 마수드 미르골리 IMEC 세계전략파트너십 부사장(왼쪽부터), 핸들 존스 IBS 최고경영자(영상)가 참석해 좌담을 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드라마틱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우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없다."

제16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가 열린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파크하얏트. 이곳에 모인 산업·지정학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갈등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등 다수 국제 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치러진 콘퍼런스에서 한 청중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정학적 트렌드와 반도체' 세션에서 글로벌 전문가들은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이 반도체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만에 위치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글로벌 점유율이 9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헬무트 가셀 전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경영이사회 위원은 "반도체가 없으면 차량, 인터넷 등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상품과 서비스 상당수가 없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면서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공급망이 더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반도체를 위해서는 패키징 기술이 핵심인데, TSMC는 이 기술에서 글로벌 1위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셀 전 위원은 "인텔과 삼성이 (파운드리) 역량을 쌓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며 "근본적으로 지정학적 의존도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을 분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리서치 업체 IBS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493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10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2030년에는 전체 시장(1조511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7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이 이렇게 한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가셀 전 위원은 "50년 전에는 10개가 넘는 첨단 반도체 회사가 있었으나 지금은 2~3개밖에 남지 않았다"며 "누군가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TSMC의 공급 물량을 나누는 것이지만 그 근본적인 해결은 3~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공급망 분산이 다른 국가들에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소이텍의 폴 부드르 전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보조금은 더 이상 차별성을 갖기가 어렵다"며 "물·전력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의 안정성, 최소 20년간의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안정성, 숙련된 인력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셀 전 위원은 "한편으로 대만의 역량은 제조에만 집중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유럽은 ASML의 뛰어난 노광장비 기술력, 일본은 첨단 소재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각 지역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PC에서는 이처럼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이슈들이 잦아지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분쟁을 봉합할 국제기구가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빌 파미 전 이집트 외교부 장관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그런 역할을 할 곳이 없다"면서 "우선 분쟁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며,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이 명확하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를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이란 현재 이스라엘 점령 지역 팔레스타인이 주권국가로서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 유엔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중량감 있는 국가들이 분쟁국 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국내 한 외교 전문가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선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며, 이란으로 번질 경우 호르무즈해협으로 분쟁 여파가 미쳐 원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WPC는 국제 관계 싱크탱크인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가 주최하는 콘퍼런스다. IFRI는 프랑스 외교부 산하 '분석 및 예측센터' 등을 지휘한 티에리 드 몽브리알 회장이 이끌고 있다.

[아부다비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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